북한이 2009년 4월 발사한 은하 2호는 인공위성(광명성 2호)을 우주궤도에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1단 로켓이 성공적으로 분리된 이후 2단 로켓이 동쪽으로 3,846㎞ 날아가 태평양에 떨어지면서 북한은 다단계 로켓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은 13일 발사에서도 2009년과 유사한 1단 로켓을 썼다. 이인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새로운 로켓을 개발하려면 지상시험을 하는 데만 4~5년 걸린다"며 "은하 2호 때처럼 추력이 30톤인 로켓 4개를 묶은 것을 보면 은하 3호의 1단 로켓은 은하 2호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8일 은하 3호의 제원을 공개하며, 추진력 120톤, 길이 30m, 전체 무게 92톤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은하 3호는 이날 발사된 지 2분 15초 만에 공중 폭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1단 로켓 기술이 국내보다 앞선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불안정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국제 사회의 우려와 달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환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미국, 러시아 등에서 쓰고 있는 1단 로켓의 발사 실패율은 1~5% 내외다. 그 정도 기술적 신뢰도를 쌓아도 실제 발사 땐 예기치 못한 변수로 발사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수십 번의 지상시험과 고공시험을 거쳐 로켓을 엄격하게 검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비슷한 1단 로켓을 써 2009년 발사 땐 성공했지만 이번 발사에서 실패했다"며 "북한의 1단 로켓 기술이 아직 신뢰할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종선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글로벌정책본부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1단 로켓 기술 수준은 2009년과 비교했을 때 별 진전이 없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ICBM 개발능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2009년 은하 2호 발사 당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2단 로켓이 발사장에서 3,846㎞ 떨어진 태평양까지 날아간 것으로 볼 때 ICBM 수준에 근접했으며 우주에서 탄두를 정확히 분리하고, 대기권으로 재진입시켜 목표물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기술 개발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윤웅섭 한국연구재단 거대과학단장(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은 "ICBM을 만들려면 로켓의 안정적인 비행기술이 필수"라며 "북한의 불안정한 로켓 기술력으론 ICBM을 개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의 군사평론사이트 군정료망(軍情瞭望)도 은하 3호 발사 실패에 대해 "북한이 3단계 로켓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최대로 평가해도 최장 로켓 사정 능력은 6,000km 이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려면 탄두의 중량 문제, 방열 기술, 로켓 제어 능력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발사 실패만으로 북한의 로켓 기술 수준을 평가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인 교수는 "러시아, 프랑스 같은 우주선진국도 로켓 개발 과정에서 발사실패율이 10%에 달했다"며 "북한의 로켓 기술력이 우리보다 앞서있는 만큼 한두 번 실패만으로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