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부의 삶과 사랑을 그려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감독 이승준)은 영화계에선 극히 보기 드문 상황을 지난 5일 연출했다. 지난달 22일 정식 개봉한 데 이어 이날 2차 개봉에 들어간 것. 한국영상미디어센터협의회 소속인 고양영상미디어센터와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등 전국 6곳의 지역 영상미디어센터가 2차 개봉관들이었다.
영상물 상영시설과 영상 편집실 등을 갖춘 영상미디어센터는 주민들의 영상교육 등을 제공하는 곳이다. 지역 주민을 위한 공공시설이 일종의 틈새 영화관 역할을 하게 된 셈. 영화계는 '달팽이의 별'의 영상미디어센터 개봉이 대형 멀티플렉스가 장악하고 있는 극장가에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상미디어센터는 공공시설인 만큼 이곳에서 상영되는 '달팽이의 별'의 관람료는 상당히 저렴하다. 1인당 3,000원으로 보통 영화관의 반 값 정도만 받는다. 각 영상미디어센터 별로 300명까지 문화체육관광부가 2,000원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액수다.
영상미디어센터와 제작사 간 수익 분배도 여느 영화관들과 다르다. 관람료 3,000원 중 제작사와 투자배급사에 돌아가는 돈은 2,500원. 영상미디어센터는 상영에 따른 기본적인 비용 500원만 가져간다. 일반 영화관들의 경우 관람료의 반절을 가져가고, 나머지 반이 제작사와 투자배급사의 몫이다.
영상미디어센터의 '달팽이의 별' 상영은 문화부의 우수영상물 지역 동시상영 사업으로 이뤄졌다. 예술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지닌 우수 영화들을 보고 싶으나 볼 수 없는 지역의 관객들을 위한 일종의 공공 서비스다.
영상미디어센터에서의 영화 개봉은 여러 문화 체험에 목마른 지역 주민뿐 아니라 다양성 영화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에 얼마 되지 않은 상영관을 놓고 여러 예술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자리 싸움을 벌이는 현실에서 상영관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팽이의 별'을 보기 위해 영상미디어센터를 찾는 관객들은 1회당 20명 가량. 12일까지 1만3,709명이 본 '달팽이의 별'엔 간단치 않은 관객 수다.
'달팽이의 별'의 배급사인 영화사 조아의 채희선 이사는 "다양성 영화를 틀 만한 영화관이 없는 지역 주민으로부터 영화를 볼 수 없냐고 종종 전화가 온다. 그런 분들에게 영화를 상영할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학 안에 잇달아 문을 연 캠퍼스 영화관도 또 다른 틈새 영화관이다. 캠퍼스 영화관은 평일 낮엔 대학생들의 수업 장소로 활용되면서 저녁과 주말, 방학엔 예술영화전용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1월 서울 화양동 건국대 예술문화대학에 개관한 KU씨네마테크가 캠퍼스 영화관의 대표주자다. 현재 '열두 살 샘'과 '줄탁동시' 등 대형 멀티플렉스에선 볼 수 없는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는 이곳은 서울 동남권 예술영화의 주요 거점으로 평가 받는다. 일반 멀티플렉스 극장이면 300석이 들어갈 공간에 152석만을 갖춰 안락한 관람 환경을 조성했다.
지난 2월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 미디어관에 둥지를 튼 KU시네마트랩도 지역 예술영화 거점으로 각광 받고 있다. 대학생 관객이 40~50%를 차지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일반인 관객이 70%를 차지하고 있고 40대 관객이 적지 않다. KU씨네마테크와 KU시네마트랩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영화사 꿈길제작소 박선경 실장은 "두 곳 다 개관한지 얼마 안 된 것에 비하면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 지역의 예술영화 애호가들에게 좋은 문화적 기회를 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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