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극복한 산악인 '희망의 메시지'
그래도 나는 내가 좋다/안디 홀처 지음
색소성 망막염으로 시각 장애를 안고 태어났지만 장애를 기회를 바꾸고 이를 통해 성장하며 전문 산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에세이다. 저자는 어려서부터 맹인학교 대신 일반 초등학교와 중ㆍ고등학교를 다니며 장애를 걸림돌이 아닌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됐다. 자전거로 등교하며 스케이트와 크로스 컨트리 스키를 즐겼다.
세계 7대륙 최고봉에 오르는 '세븐 서밋' 중 6곳 등정에까지 성공한 저자는 많은 이들에게 삶의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처음 산악 등반의 꿈을 밝혔을 때 주변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작 그는 보이지 않는 한계를 다른 감각 기관을 활용해 극복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두 손과 귀와 입, 코를 통해 세계의 정확한 그림을 그려 낼 수 있었다"며 "시각은 과대평가 돼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현재 세븐 서밋 중 마지막 남은 에베레스트 등정을 준비 중이다. 여인혜 옮김ㆍ다반 발행ㆍ292쪽ㆍ1만3,000원.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아내 잃은 초라한 노인, 스스로 왕이 되다
평범한 왕/ 박경은 원안ㆍ그림ㆍ앙투안 오자남 글
아내와 사별하고 텅빈 집에서 애완견과 함께 사는 노인 루이 클레망은 어느 날 왕국의 탄생을 선포한다. 루이는 그렇게 유일한 안식처인 집에서 스스로 왕이 된다. 그리고 아내의 이름을 딴 왕국 '조르제티아'를 알리고 인증받기 위해 유엔에 편지를 부치는 일에 몰두한다. 그런데 우표도 소인도 없는 이 30통의 편지는 엉뚱하게도 우체국에서 일하는 사위에게 가 닿는다.
누군가가 인정해주지 않는 것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이다. 자칭 '볼품 없는 늙은이' 루이는 상상 속에서 최고 권력자가 되고 난 뒤 존엄을 찾는다. 왕국은 현실도피처이기도 했지만 무기력한 삶을 딛고 일어날 힘을 키우는 울타리이기도 했던 셈. 파리에서 활동하는 만화가 박경은씨가 원안을 만든 후 그림을 그리고, 프랑스 작가 앙투안 오자남이 시나리오를 쓰는 협업을 통해 책이 나왔다. 하나뿐인 딸과의 불화를 극복하고 무기력했던 사위에게 희망을 심어주며, 마침내 왕국의 새 왕비까지 맞는 루이의 이야기는 담백한 유럽풍의 그림에 실려 상투성을 극복했다. 김지현 옮김. 세미콜론ㆍ120쪽ㆍ1만2,000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세계 각국 하층민들 위로해준 소울푸드를 찾아서
차별받은 식탁/우에하라 요시히로 지음
영혼의 허기를 채워주는 소울푸드(soul food)의 사전적 의미는 '미국 남부 흑인들의 전통 음식'이다. 일본 오사카 남부 '사라이케'라는 하층민 부락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세계 각국의 차별 받은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소울푸드를 찾아 나선다.
책에 따르면 프라이드 치킨도 소울푸드다. 흑인 노예들이 백인 농장주가 내다버린 닭 날개와 발, 목을 기름에 바싹 튀겨 뼈까지 먹었다는 것이다. 메기튀김인 캣피시는 노예제 시대에 미국 남부 흑인 노예들이 강에서 메기를 잡아 튀겨 먹던 요리다. 브라질에선 페이조아다를 먹는다. 돼지 내장, 귀, 코, 발, 꼬리 등을 콩과 함께 삶아 만든 음식인데 이제는 국민 요리가 되면서 재료를 구하기가 힘들어져 오히려 값이 비싸졌다고 한다.
불가리아 로마(집시)들은 고슴도치를 먹는다. 정결과 불결에 대한 믿음을 대대로 이어받은 유랑민들이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들을 격리하고 보호하며 지켜온 삶의 일부분이다. 수소문 끝에 먹어본 고슴도치 요리에 대해 저자는 "질겨서 좀처럼 씹어 넘길 수가 없었다"고 썼다. 황선종 옮김. 에크로스ㆍ184쪽ㆍ1만2,000원.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