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개발과 군사 목적의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률은 러시아가 통산 95%를 넘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아래에 줄 선 EU 미국 중국 일본은 90% 대 초반이다. 인도와 이스라엘은 70%에 못 미친다. 러시아 미국도 1950년대 초기 성공률은 50% 안팎에 그쳤다. 잊을 만하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성공률도 기껏 그 수준이 아닐까 싶다.
■ 1998년 광명성 1호 위성을 실었다는 대포동 1호 로켓은 3단 추진체 점화에 실패했다. 그러나 1,550km를 날아 태평양에 떨어져 위협적인 로켓 능력을 선보였다. 2006년 시험 발사한 대포동 2호 로켓은 40초 만에 북쪽 해안에 추락했으나, 2009년 광명성 2호를 탑재한 은하 2호 로켓은 3단 분리에 성공해 3,800km 넘게 날아갔다. 13일 광명성 3호, 은하 3호 로켓의 실패는 북한의 로켓 기술력이 거의 발전 없이 불안정한 수준임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 다행스런 일이지만, 그보다 로켓 잔해가 모두 서해상에 떨어진 사실에 관심이 쏠린다. 잘하면 분석 가치가 있는 잔해를 건져 올려 북한 로켓의 정확한 실체와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다. 한미 해군이 로켓 추적과 요격을 위한 이지스 구축함과 함께 수중탐색 능력을 지닌 기뢰탐색함 심해구조함 잠수함을 미리 배치한 것도 애초 그런 의도일 것이다.
■ 미국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로켓이 발사 73초 만에 폭발한 참사 뒤 한반도보다 넓은 해역에서 잔해 탐색 작전을 폈다. 깊이 370m 바다 밑까지 심해잠수정으로 샅샅이 뒤진 끝에 잔해 수십 톤을 회수해 정밀 분석, 로켓 이음매의 접합 패킹 결함을 밝혀냈다. 지리적으로도 고립된 북한은 이런 실제적 결함 분석이 어렵고 지상 연소 시험에만 의존, 기술 발전이 더욱 더딘 것으로 볼 만하다. 어쨌든 북한이 김일성 '탄신 100주년'과 김정은 후계 등극을 경축하기 위해 야심 차게 쏘아 올린 은하 3호 로켓은 오히려 우리에게 값진 선물이 될 듯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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