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오브 원더/레이첼 카슨 지음ㆍ표정훈 옮김/에코리브르 발행ㆍ136쪽ㆍ1만2,000원
레이첼 카슨은 과학자의 눈과 문인의 감성을 두루 지닌 보기 드문 문장가였다. 시적인 산문과 학술적 지식을 독특하게 결합시킨 <우리 주변의 바다> (1951) <바다의 가장자리> (1955)로 이미 1950년대 명성을 떨친 그는 1962년 화학 살충제의 위험성을 경고한 저서 <침묵의 봄> 을 발표하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침묵의> 바다의> 우리>
<침묵의 봄> 출간 50주년을 기념해 국내 번역 출간된 <센스 오브 원더> 는 1956년 잡지 '우먼스 홈 컴패니언'에 연재한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카슨이 조카의 아들 로저 크리스티와 함께 자신의 집 주변과 바닷가를 거닌 일화와 자연에 대한 사색을 담았다. 센스> 침묵의>
우리말로 '경이감' 정도로 번역될 이 제목은 자연에 대해 인간이 갖는 경이감을 뜻한다. 카슨은 이 경이감을 표현하는 자신의 탁월한 능력이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대자연을 느끼면서 깊어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린이에게는 자연을 함께 놀라워할 어른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카슨은 어릴 때 어머니와 느낀 자연에 대한 감동을 조카 손자 로저와 대화를 하면서 다시 느낀다. 그는 로저에게 자연 현상에 관한 어떤 지식도 가르치지 않지만, 아이는 거의 본능적으로 밤바다, 곱향나무, 비오는 날의 숲에 대한 감각을 느끼고 표현한다. "어린이 앞의 세상은 놀라움과 흥분으로 가득하다. 어른의 가장 큰 불행은 아름다운 것,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추구하는 순수한 본능이 흐려졌다는 데 있다.(…)만일 모든 어린이 곁에서 지켜주는 착한 요정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나는 주저없이 부탁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가 지닌 자연에 대한 경이의 감정이 언제까지고 계속되게 해주오'하고."(63쪽)
카슨에게 자연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기쁨과 환희를 나누는 장소다. "아이와 함께 자연을 탐험하는 것은 결코 거창한 일이 아니"지만 "우리가 미처 사용하지 않은, 또는 사용한 적은 있으되 그 사용법을 잊어버린 감각의 촉수를 다시금 활짝 여는 일이기도 하다."(75쪽)
카슨 사후 이듬해인 1965년에 출간된 이 책은 자연과 사귀며 기뻐하고 놀라는 일이 어린이, 나아가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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