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여자 프로농구팀 해체를 선언했다.
신세계는 13일 "지난 15년간 여자프로농구 발전에 많은 노력을 했지만 금융팀 중심의 리그 운영에 한계가 있었다"며 "금융권의 프로팀이 추가되는 게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해체 이유를 밝혔다.
여자프로농구는 실업팀과 금융팀을 양대축으로 1998년 5개 팀(삼성생명 우리은행 국민은행 현대 신세계)으로 출발했다. 2000년에는 금호생명(현 KDB생명)이 가세해 6개 팀 체제로 리그를 운영했다. 2005년 신한은행이 현대를 인수하며 신세계를 제외한 나머지 5개 팀 모두가 금융팀이 됐다.
갑작스러운 신세계의 해체 소식에 여자프로농구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여자프로농구연맹(WKBL) 관계자는 "이날 오후 2시에 통보를 받았다. 우리도 당황스럽다. 어떻게 후속 대처를 해야 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97년 태평양을 인수해 프로 원년부터 참여했다. 99년 겨울리그, 2000년 여름리그 우승, 2001년 겨울, 여름리그 우승 등 총 4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2006년부터 팀을 이끈 정인교 감독과 재계약을 안 했을 때부터 팀 해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한 농구단 관계자는 "충격이다. 리그가 파행이 안 되려면 인수 기업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WKBL이 구단을 임시로 운영할 자금도 있는 게 아니다. 여자농구 판이 흔들릴 수 있는 위기"라고 걱정했다.
신세계는 전력이 괜찮은 편이었다. 2년 연속 득점왕에 오른 차세대 에이스 김정은과 도움왕 김지윤 이 팀을 이끌었지만 이번 시즌 5위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인수 기업을 찾는데 최선을 다했다. 다른 구단에서 선수 인수 시 최대한 지원하겠다. 또 선수들의 희망 사항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이적 및 직무 전환 등 충분한 처우를 해주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여자농구단 운영 대신 동계올림픽 종목을 후원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재정난을 이유로 해체된 사례는 프로야구 쌍방울, 해태, 현대가 있다. 프로농구에서는 현대, 나래, 대우증권 등이 있다. 프로배구는 우리캐피탈이 지난해 9월 구단 운영을 포기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인수 기업이 나타낼 때까지 위탁 관리를 하는 중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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