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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삼성화재 5연패 이끈 신치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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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삼성화재 5연패 이끈 신치용 감독

입력
2012.04.1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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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한 날 단골 멘트 "오늘만 기뻐해라… 내일부터는 알지?"

"삼성화재가 우승하면 제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싫어해요." 우승을 하고도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이상한 일이지만 신치용(57) 삼성화재 감독에게는 익숙한 현상이다. "또, 삼성화재야"라는 비아냥이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삼성화재가 예상대로 또 프로배구를 제패했다. 남자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5연패 역사를 세웠고, 2005년 V리그 출범 후 통산 6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삼성화재를 이끈 17년 동안 무려 14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니 진정한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통산 14번째 정상을 밟은 신치용 감독에게 우승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우승한 다음날

신 감독은 13일 또 한번의 짜릿한 경험을 맛봤다. 얼큰하게 취한 후 늦잠도 자지 못하고 새벽 6시에 일어났지만 기분이 개운했다. "우승한 다음날 새벽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우승 축하연으로 술을 많이 마셨지만 깨고 있어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짧게나마 우승 여운을 즐기는 신 감독만의 방식이다.

신 감독은 12일 우승이 결정된 날에 선수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하지만 '술 맛'이 떨어지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오늘만 기뻐해라. 내일부터는 알지"라며 지옥훈련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신 감독의 스타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석진욱은 "우승은 정말 기쁘지만 내년 시즌을 또 준비하려 하니 솔직하게 앞날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신 감독은 "정말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것은 알아줘야 한다"며 '의도적인 칭찬'을 했다.

가깝고도 먼 장인과 사위

사위 박철우는 삼성화재의 우승 주역이다. 우승 직후 박철우가 가장 하고 싶었던 건 바로 장인 신 감독과의 포옹이다. 박철우는 "다른 선수들은 다 했는데 저는 하지 못했어요. 편하게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삼성화재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고 지내는 사이지만 장인과 사위의 관계는 그렇게 가깝고도 멀었다.

신 감독은 시즌 중 휴식 기간이 길 때 가끔씩 박철우를 부른다. 둘이서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신 감독은 "(박)철우가 싫어한다. 왜냐하면 결국 경기 얘기를 하게 되고 호통을 치기 때문"이라고 빙그레 웃었다. "철우는 너무 착하다. 좀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는 신 감독은 "그래도 (신)혜인이 앞에서는 착해야지"라며 다소 엉뚱한 잣대를 갖다 댔다. 그는 철우가 딸 혜인이한테 꼼짝도 못한다며 '천생 공처가'라고 덧붙였다.

'삼성맨'은 영원한 '식구'

우승이 결정되자 신 감독에게는 홍정표와 조승목의 축하 메시지가 도착했다. "선생님 정말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는 내용이다. 우승을 이뤄냈지만 신 감독에게 홍정표와 조승목은 '아픈 손가락'이다. 홍정표는 승부 조작에 연루되면서 팀을 떠났고 조승목은 전신 류마티스로 선수 생활을 접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사실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 정표가 경기장에 오려고 했는데 막았다"고 말했다.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게 만들려는 배려였다. 신 감독은 "배구계를 영원히 떠나라고 말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은 주홍글씨가 새겨졌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복귀가 힘들기 때문이다.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고 차라리 깨끗이 잊고 새 출발을 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정표와 진하게 술을 마셨다는 신 감독은 "고향 제주도에 내려가 있는데 일단 해보고 싶은 것을 맘껏 하라고 했다. 만약 정말 할 게 없다면 어떻게라도 자리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센터 조승목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신 류마티스 판정을 받아 코트에 설 수 없게 됐다. 불의의 병에 안타까워한 신 감독은 "그 동안 삼성의 우승에 그렇게 기여했는데 당연히 자리를 만들어줘야지"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삼성화재 선수단끼리 우승 축하연을 할 때는 홍정표와 조승목도 부를 것"이라며 '식구'들을 챙겼다. 이 같은 무한 '내리 사랑'은 신 감독의 리더십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우승 멤버는 내년까지 간다" 노장 은퇴 걱정 덜어줘

"우리 식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챙깁니다."

17년간 삼성화재를 이끈 신치용 감독의 신념이다. 신 감독은 지난 12일 대한항공을 꺾고 프로 통산 6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 멤버는 내년까지 남는다"고 공언했다. 재계약을 걱정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더없이 힘이 되는 말이다. 사실 '삼성 식구'를 챙기는 방법에서 신 감독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석진욱(36)과 여오현(34), 고희진(32)은 성적이 나지 않으면 은퇴를 걱정해야 하는 노장이다. 실제로 석진욱과 고희진은 '이번에 우승을 못하면 은퇴하자'는 각오로 올 시즌을 뛰었다.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주위의 평가에 내심 불안해지기도 杉? 하지만 신 감독은 "석진욱이 은퇴에 대해서 많이 걱정하는데 내년까지 함께 하기로 구단과 얘기가 끝났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우승 직후 "감독님이 은퇴하라면 이제 어쩔 수 없다"는 석진욱의 고민이 깨끗이 해결됐다. 신 감독은 고희진과 여오현에 대해서도 "우승까지 했고, 그들이 내년에도 해야 할 역할이 있기 때문에 재계약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신 감독의 제 식구 챙기기는 비단 현역 선수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미 팀을 떠난 선수들도 챙기고 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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