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러스트/김윤경 지음/북노마드 발행ㆍ368쪽ㆍ1만8000원
'왜 그림을 그리는가' '무엇에서 영감을 받는가' '그림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가'.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질문을 패션잡지 기자 출신의 저자가 국내의 잘 나가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을 만나 물었다. 이 책의 일차적 목적은 일러스트 작가 지망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데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작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각과 태도다. 그 덕에 책엔 생기가 가득하다.
10년간 대기업 샐러리맨으로 살다 서른 여섯에 그림을 독학해 성공한 일러스트 작가가 된 밥장씨, 뒤늦게 일러스트 공부를 위해 떠난 유학시절 영향으로 다국적 인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풍경을 그리는 경연미씨, 팬과의 교감을 위해 자신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티셔츠를 구매자에게 직접 배달하는 김시훈씨, 2001년 플래시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으로 대중적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자신은 원형탈모증까지 생겼다는 김재희씨까지. 일러스트 작가로 살아가는 그들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더해져 인터뷰는 한층 풍성해졌다.
시각디자인 혹은 회화를 전공한 이들도 있고, 독학을 한 이들도 있다. 세밀한 묘사가 빼어난 일러스트도 있고, 다섯 살 꼬마가 그린 듯 붓질이 단순한 작품도 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인지, 이들 그림은 한결같이 보는 이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스물 여덟 살, 자본에 휘둘리지 않겠다며 서울을 떠나 변두리에서 그림책과 개인적인 회화 작업을 하는 노석미씨의 말 속에 그들의 심정이 응축된 듯하다. "우울해하거나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이렇게 좋은 봄을 우리는 몇 십 번밖에 못 누린다고요. 첫눈도 기껏해야 앞으로 40번밖에 못 맞아요. 우울해하면서 고단하게 살 필요가 없어요.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짧은 걸요."
이 책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 연재되었던 '오늘의 미술-한국의 일러스트 작가들' 중 23명의 작가를 먼저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20명을 묶은 2권도 곧 출간된다. 작가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일러스트 작가들의 대표작이 화보처럼 시원하게 편집되어 있어 일러스트에 흥미를 느끼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겠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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