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한 달이 지나면서 몇몇 수입 품목에선 확실히 판매증가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것이 일시적 판촉효과인지, FTA효과인지 판별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가장 주목할 쪽은 자동차다. 독일과 일본산 자동차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미국산 자동차는 모처럼 판매가 활발해졌다.
1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포드 코리아는 지난달 416대를 판매(등록대수 기준)했다. 이는 전달(2월)의 230대와 비교해 무려 81%나 늘어난 수치. 포드코리아는 FTA 발효에 맞춰 '링컨MKS'의 값을 405만원 내리는 등 15개 차종의 평균 가격을 4.4%(204만원)내렸다.
지난해 말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8%→4%) 분을 미리 반영했던 크라이슬러코리아 역시 올 3월까지 1,007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781대)가 증가했다. 1분기 국내 수입차 시장내 점유율 역시 3%에서 3.4%로 상승했다.
한국도요타도 FTA효과를 위해 지난 1월 미국에서 만든 '뉴 캠리'를 들여오면서 기존 모델보다 100만원 싼 3,39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차량은 현재 2,000대 이상을 판매, 수입차 시장 1,2위를 다투고 있다.
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는 "올 초 새로 출시한 '올 뉴 300C'의 경우 캐나다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관세 인하 효과가 없는데도 판매량이 늘었다"라며 "신차 효과도 있지만 한미 FTA로 미국 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일종의 '폭포수 효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산 자동차의 판매신장세가 계속 이어질 지는 미지수. 업계 관계자는 "BMW, 폴크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들이 기술과 디자인 면에서 주도하고 있는데다 유럽, 일본 등 대부분 브랜드들도 경쟁적으로 가격 인하 경쟁을 펼치는 상황을 감안하면 미국산 자동차의 판매량 증가가 계속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대형마트에선 관세가 크게 내린 미국산 과일류의 판매신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마트에 따르면 FTA 발효 후 지난 12일까지, 미국산 수입과일은 평균 24.3% 매출이 늘었는데 레몬의 경우 무려 179%나 증가했다. 자몽 역시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게 마트측 전언이다. 롯데마트에선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37.5% 늘었고, 아직 관세인하 혜택 분이 들어오지 않은 와인은 판촉성격의 가격인하 덕분에 62.5%나 판매가 늘었다.
하지만 이 역시 지속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유통업체들이 FTA를 판매전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기획전'과 같은 컨셉으로 가격을 낮췄기 때문에 이 가격대가 계속 유지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 예컨대 미국산 오렌지만해도 지난해 미국 현지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다시 오를 예정이다.
주부 김모(38)씨는 "한달 전만 해도 광고 등을 통해 관세 인하분과 마트 할인 행사 효과로 절반 값에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 와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매장가격은 FTA관세인하분이 반영됐다기 보다는 판촉을 위해 마트가 자체적으로 내린 것"이라며 'FTA=가격인하=판매확대'로 무조건 등식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