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빠른 시간 안에 불법사찰방지법 제정을 비롯해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철저히 바로잡고 다시는 국민의 삶과 관계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4ㆍ11총선을 승리로 이끈 박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여러분께 약속 드렸던 모든 것을 반드시 실천에 옮기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위원장이 총선 승리 뒤 첫 일성으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약속 실천'을 내건 것이다.
'불법사찰방지법 제정'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박 위원장이 향후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행보에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수도권 민심은 '현정부와의 차별화 없이 12월 대선이 없다는 것'을 박 위원장에게 경고하고 있다. 게다가 야권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감안해서라도 현정부의 각종 의혹에 대해 파상공세를 펼칠 것이다. 박 위원장으로선 굳이 이 대통령을 옹호하거나 감쌀 이유가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향후'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분명히 선을 그으며 현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설 공산이 크다. 현정부와의 정책 차별화에도 더욱 속도를 낼 것이다. 물론 측근들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 등'보여주기 식' 차별화는 박 위원장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선을 앞두고 과도한'이명박 때리기'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박 위원장이 잘 알기 때문이다.
이날 박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그 동안 당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돼 왔는데 이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 당을 정상체제로 운영하고 바로 민생 문제 해결과 공약 실천을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가겠다"며 향후 당 운영 계획도 밝혔다. 현재의 지도부가 비상상황에서 만들어진 임시체제이므로 전당대회를 거쳐 새롭게 당 지도부를 선출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박 위원장 본인이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당헌을 바꿔서 계속 당 대표직을 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측근들은 입을 모았다. 당내에서는 '5월'이란 구체적 전당대회 시기와 함께 대표감을 두고 설왕설래가 시작됐다. 황우여 김무성 남경필 정병국 의원, 강창희 전 의원(국회의원 당선자) 등의 이름이 나왔다. 박 위원장이 이날 "당내에서부터 계파니 당리당략이니 하면서 분열과 갈등으로 국민들께 실망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경선 없이 추대로 지도부를 꾸리는 방식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대선 준비를 위한 캠프 구성 시기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규모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어차피 여권 내에서 대권주자로서 독보적 지위에 있는 만큼 당내 경선에 에너지를 소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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