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끝나면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세론이 더욱 위세를 떨치게 된 반면 야권은 잠룡들의 무한경쟁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야권 대선주자군 중에서 가장 앞서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아쉬운 부산·경남(PK) 총선 성적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망론'이 한계를 노출하면서 민주당의 다른 대선주자들 입지가 넓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손학규 상임고문은 자신이 전력 지원했던 수도권 전체의 성적이 비교적 좋았다는 점에서 공을 나눠가질 수 있게 됐다. 자신의 지역구였던 경기 성남 분당을 김병욱 후보나 측근인 송두영 후보(경기 고양덕양을) 등이 패하긴 했지만 신학용(인천 계양갑) 이찬열(경기 수원갑) 이춘석(전북 익산갑) 등 다수의 측근 그룹이 당선됐다. 손 고문 측 인사는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민주당의 대권주자 길을 걷고 있으므로 당 수습 과정이 끝나는 대로 본격적으로 보폭을 넓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손 고문이 '비(非) 노무현'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몸 풀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 총선에서 3선 관문을 통과한 박지원 최고위원 등 호남권 주요 인사들이 손 고문과의 연대에 나설지 여부가 주목된다.
가장 보폭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쪽은 정세균 상임고문이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 친박계 중진 홍사덕 후보와 벌인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결정적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됐다. 정 고문은 12일 측근인 전병헌 의원과 함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를 찾아 "19대 국회에서 언론 노동자 파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행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정 고문의 아킬레스건은 무엇보다 대중적 지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친노그룹과 가까운 편이어서 문재인 고문과 지지 기반이 겹치는 점도 약점이 될 수 있다. 정치권 인사는 "총선에서 친노가 약진했다고 하지만 당선자 분포를 보면 생각만큼 세가 확산되지 않았다"며 "정 고문이 적절한 시점에 문 고문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노 성향인 김두관 경남지사의 향후 거취는 문 고문의 위상과 연결돼 가변적이다. PK지역과 친노 그룹의 기반이 겹치지만 대선구도가 '박근혜 대 문재인'대결로 굳어지지 않는다면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정동영 상임고문은 서울 강남을에서 고배를 마심에 따라 당분간 '정중동'행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록 패했지만 야권 지지층이 강남을 도전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기여도를 인정해줄지 여부가 관건이다. 정 고문은 당분간 민생 현장을 체험하면서 '낮은 곳에서'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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