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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Talk] 국내산 맥주는 폭탄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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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Talk] 국내산 맥주는 폭탄주용?

입력
2012.04.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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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류업계에서는 '소맥 마케팅'이 유행입니다. 폭탄주 문화가 '양주와 맥주'에서 '소주+맥주'로 바뀐 데 따른 것이지요.

소맥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하이트진로 입니다. 지난 2월엔 맥주 대비 소주량에 따라 '사원주' '과장주' '부장주' 등을 제조할 수 있는 일명 '소맥잔'을 내놓았구요. 또 블로그에 자신만의 레시피를 올린 사람 중 100명을 추첨, '소맥자격증'을 발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업계에선 하이트진로의 이런 마케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하이트진로가 맥주(하이트)와 소주(참이슬)을 같이 만드는 회사라고 해도, 술을 만드는 회사라면 술 고유의 맛을 느끼도록 해야지 어떻게 섞어 마시는 걸 권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소주도 그렇지만, 사실 맥주는 보리가 자연 발효되면서 맛이 깊어지기 때문에 다른 술과 섞어 마시면 그 정체성은 사라지고 맙니다. 아무리 '소폭'이 대중화되고 있다 해도 '맛'에 자부심을 갖고 잇는 회사라면 그런 마케팅은 해선 안 된다는 것이지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대량생산되는 것이라 해도 술에는 장인정신이 깃들여야 하는데 본래의 맛을 포기하고 다른 술과 섞어 마시도록 마케팅을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맥주는 '물을 탄 듯 밍밍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덕에 수입맥주 점유율은 수직상승을 거듭하고 있지요. 고가의 수입맥주에 맞설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소맥마케팅 같은 것을 펼치고 있으니, '국산맥주=폭탄주용'이란 인식만 부채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맥주시장에서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와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선 군납과 수출물량을 뺀 민간내수시장에서 오비맥주가 하이트맥주의 17년 아성을 무너뜨리기도 했지요. 일각에선 소폭 마케팅을 두고 "하이트진로가 1위 회복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비맥주가 외국계 사모펀드로 넘어간 상태에서 하이트진로는 이제 국내 유일의 토종 맥주회사입니다. 점유율 회복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자존감을 꺾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김현수 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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