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4ㆍ11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12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민주당은 총선 후폭풍을 맞고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한 대표의 이날 사의 표명은 당 안팎의 심상찮은 분위기와 관련이 적지 않아 보인다. 총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부터 당 안팎에서는 한 대표와 지도부의 책임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고 장성민 전 의원은 심지어 한 대표의 정계은퇴까지 요구했다. 장 전 의원은 보도자료까지 내서 "정권을 뺏긴 지 불과 5년만에 하늘과 민심이 준 정권교체의 기회를 민주당은 오만과 자만의 리더십으로 스스로 망쳤다"며 "한 대표는 대표직,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도부 사퇴 요구에는 계파 갈등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공천과정에서 집단적으로 탈락했던 구 민주계가 지도부 책임론을 집중적으로 제기했기 때문이다. 박 최고위원은 "호남은 민주당의 뿌리임에도 통합 과정에서나 경선, 공천 과정에서 푸대접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는 말까지 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당내 최대 계파로 부상한 친노 세력은 한 대표를 두둔하고 나섰다. 한 대표가 개인적으로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정세균 최고위원이 이날 "어떻게 책임질 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 대표를 만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대표의 사퇴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는 게 측근들의 주장이다. 다만 즉시 사퇴를 할 경우 당이 더욱 혼란상태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 전당대회 개최나 비상대책위 구성 등의 대책을 마련한 후에 사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최고위원회에서도 두 가지 방안을 조건으로 한 대표의 거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대책과 관련해서는 일부 최고위원이 "전당대회를 개최하는데 최소 2달 가량이 필요한데 대선 경선 일정과 겹친다"며 불가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비대위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전날 서울 영등포 당사 선거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잠시 지켜 본 한 대표는 현충원 참배를 제외하고는 이날 두문불출했다. 한 대표는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방명록에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글을 남겼다.
한편 김두관 경남지사는 이날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제대로 심판하지 못한 야당을 먼저 심판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또 "야권이 기대했던 의석수를 얻지 못했지만 부산경남지역 유권자들로부터 받은 높은 득표율은 지역구도 극복의 가능성을 확인한 소중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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