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ㆍ11총선 다음날인 1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전철 1호선 성균관대역. 밤 늦게까지 진행된 선거방송을 보느라 졸린 눈으로 출근길을 재촉하던 이모(35ㆍ공무원)씨는 "민간인 불법사찰도 문제지만 청년실업 등 경제가 갈수록 침체돼 여당을 심판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젊은 층은 단연 야당을 지지하고 우리 지역에서는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수원시 4개 선거구에서는 민주통합당이 3개 선거구를 가져갔다. 민주통합당에 한 표를 던졌다는 성남시 분당갑 선거구의 황병규(46ㆍ주부)씨도 "야당에서 공천파문과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동이 있었지만 여당의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은 그보다 훨씬 컸다"고 밝혔고, 고양시 일산서구 주민 박정운(55ㆍ공인중개사)씨는 "현 정권에 경종을 울릴 좋은 기회였는데…"라며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다소 빛을 잃은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 경기 광주시에서 사업을 하는 임모(49)씨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부자증세를 논하는 야당에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며 "무역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에서 FTA를 파기하고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높은 세금을 매긴다는 것은 무책임한 소리"라고 여당 선택 이유를 밝혔다. 의정부시의 백정숙(68ㆍ여)씨도 "낙후한 경기 북부는 개발이 가장 시급한데 무상급식 등 복지가 최우선인 야당의 성향과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4ㆍ11총선에서 경기도 유권자들의 선택은 서울 주변 도시지역에서는 민주통합당(의왕ㆍ과천, 구리, 광명 등 29석)의 압승, 상대적으로 낙후해 개발을 원하는 외곽지역에서는 새누리당(이천, 안성, 포천ㆍ연천 등 21석)의 싹쓸이로 나타났다.
경기도 52석 중 여당이 32석, 야당이 19석을 차지했던 18대 총선에 비하면 야당 지지세가 두드러졌지만 인접한 서울이 정권심판론으로 야도(野道)가 된 데 비하면 오히려 여당의 선전으로 보일 정도. 그래서인지 상당수 선거구에서 박빙의 승부가 벌어져 당락만 놓고 민심을 재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민주통합당 후보가 당선된 일산 동구의 김모(50ㆍ사업)씨는 "여야후보간 득표율이 5%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누가 당선돼도 민심을 얻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인천도 마찬가지. 섬들과 낙후된 구도심이 몰려 있는 서쪽은 여당이, 급속히 개발이 이뤄지며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는 동쪽은 야당이 각각 민심을 접수, 12석을 각 6석씩 나눠가져 절묘한 균형을 이뤘다.
야당 후보를 지지한 박재한(47ㆍ회사원)씨는 "집값은 떨어지는데 전셋값이 치솟고 물가가 오른 데는 여당 책임이 크다"며 "야당에게 기회를 줘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씨가 거주하는 부평구 2개 선거구는 18대 총선에서 여당이 2석을 모두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나란히 당선됐다.
반면 긴장감이 서린 서해5도와 접경지역인 강화도 등 전통적으로 여당세가 강한 섬 주민들은 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했다. 강화읍의 박선자(58ㆍ주부)씨는 "강화도는 민통선과 가까워 국가안보와 지역개발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여당 후보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김모(39ㆍ사업)씨도 복지보다는 개발을 바라며 한 표를 행사했다. 그는 "민주당은 복지를 최고선이라고 하지만 실상 서민을 위해 구체적으로 내놓은 정책은 없다"며 "송도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을 위해서는 정부 여당의 강력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천=송원영기자 wysong@hk.co.kr
성남=이범구기자 ebk@hk.co.kr
김창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