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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1총선 이후/ 박근혜의 힘, 어디서 나왔나

입력
2012.04.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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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19대 총선 승리는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의 승리'였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난파 직전이었던 새누리당을 불과 4개월 만에 원내 과반 의석 정당으로 끌어올리는 역전극을 연출했다. 이런 박 위원장의 위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새누리당의 결정적 승리 요인은 야권이 주력 무기로 쓴 정권 심판론이 박 위원장 앞에선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이 지난 4년 간 이명박 대통령과 견제ㆍ갈등 관계를 유지해 온 덕분에 '이 대통령=박 위원장=심판 대상'이라는 야권의 낙인 찍기가 별로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이 대통령의 당'이 아닌 '박 위원장의 당'에 투표하는 것엔 거부감을 상대적으로 덜 느꼈을 것이다. 박 위원장이 정권 심판론을 어느 정도 탈색시켰다고 볼 수 있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를 구성하면서 참신하면서 개혁 성향이 강한 인사들로 많이 기용했고,자질 논란이 벌어진 일부 당내 총선 후보들을 신속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당의 '오너'이자 유력한 대선주자이기에 가능했다. 반면 '관리형 대표'인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김용민 후보 막말 파문 등 고비 때마다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이 같은 두 당의 차이가 중도층 유권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리서치 심재웅 상무이사는 12일 "합리성과 개혁성을 중시하는 중간지대 유권자들이 당명 개정과 복지정책 확대 등 박 위원장의 과감한 쇄신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며 "박 위원장이 약속과 신뢰를 중시하고 말을 절제하는 등 '사람들이 싫어하는 정치'와는 다른 정치를 한 것도 점수를 얻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충북과 강원을 싹쓸이해 '중원'을 차지하고, 경기와 인천에서도 선전한 것은 박 위원장의 대선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그에겐 서울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려 놓아야 한다는 난제가 놓여 있다. 2007년 8월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서울은 박 위원장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새누리당은 서울의 48개 지역 중 강남 3구를 포함해 16곳을 얻는 데 그쳤다. 다른 지역과 달리 서울에선 정권 심판론이 크게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이 선거 기간 서울을 구석구석 누볐음에도, 서울에선 '박풍'(朴風)이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대선에선 서울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진다는 것이다. 1987년 이후 치러진 다섯 차례의 대선에서 서울에서 이긴 후보가 예외 없이 대권을 차지했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이 대선까지 남은 8개월 동안 서울을 잡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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