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키맨'으로 꼽히는 진경락(45ㆍ지명수배)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증거인멸 사건이 불거진 2010년 7월, 특진을 불과 1~2주 앞두고 있었다는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진 전 과장이 불법을 무릅쓰고 증거인멸 등에 적극 가담한 것은 승진 욕심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A씨는 12일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노동부 출신인 진 전 과장은 총리실에 파견나와 있는 동안 3급으로 승진하기 위해 당시 총리실 실세였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당시 총리실 국무차장)과 수시로 접촉하며 이들이 내린 지시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며 "신설 부서였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체계가 허술해 윗선의 인사 개입이 비교적 쉬웠던 점을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은 특진이 지연되자 직속 상관이던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에게 공공연히 언성을 높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전 과장이 증거인멸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청와대, 이영호, 한나라당 모두 불살라버리겠다" "청와대 수석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등 강경 발언을 한 것도 승진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꼬리 자르기'를 당해 생긴 박탈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비선 라인에 줄을 댄 진 전 과장이 비교적 일찍 승진 기회를 잡은 셈이었는데, 증거인멸 사건으로 사법처리되면서 물거품이 되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된 이영호 전 비서관과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윗선'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정황을 파악, 윗선에 대한 피해의식이 큰 진 전 과장을 '약한 고리'로 보고 그의 신병을 확보할 경우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인멸은 물론 불법사찰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진 전 과장이 입을 열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A씨는 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박영준 전 차관의 하명 사건을 처리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최근 공개된 불법사찰 문건 중 '하명사건 처리부'와 관련해 "이 문건에서 'BH 하명' '총리실 하명', 그리고 (하명관서가 표시되지 않은) 빈칸은 각각 청와대 민정수석실, 박 전 차관, 이 전 비서관으로부터 나온 지시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전 차관이 총리실에 소속돼 있던 2009년 작성된 이 문건에는 '좌파환경단체 보조금 중단 관련 공문' 'HID 난동 사건의 최시중 방통위원장 연루 첩보' 등이 '총리실 하명' 사건으로 분류돼 있다.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국무차장의 직접 지시는 받지 못하게 돼 있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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