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제1당을 차지한 이번 총선은 '박근혜의 힘'을 확인한 선거였다. 따라서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쟁도 원톱으로 나서 총선을 승리로 이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독주 체제로 전개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계파 의원들의 대거 낙천ㆍ낙선에 이어 친박계로 둘러싸이게 된 비박(非朴)진영 대선주자들의 입지는 그만큼 위축됐다. 이들은 새누리당이 패배한 수도권에서의 역할론 등을 통해 정치적 반경을 넓히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대안이 되기엔 힘이 부쳐 보인다.
새누리당 '19대 의원' 면면을 봐도 당내 대선 경쟁은 박 위원장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152명의 당선자 중 친박계 인사는 80명을 웃돈다. 40명 가량인 중립 성향 당선자 상당수도 잠재적 친박계다. 반면 한때 당을 장악했던 비박계는 30여명으로 축소됐다. 비박 주자들이 차기 지도부를 뽑는 5월 전당대회 등 향후 대선 스케줄에서 숫자 싸움부터 크게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비박 주자들은 돌격대장 역할을 해줄 계파 의원들마저 이번 총선에서 대부분 잃다시피 했다.
따라서 당분간 비박 주자들의 현실적 선택은 '정국 관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친박계가 '여당 내 야당'에서 명실상부한 여당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질 일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박 주자들이 박 위원장을 향해 견제구를 던질 기회가 그만큼 잦아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박 위원장의 영향력이 서울 등 수도권에선 한계가 있었다는 점은 정치적 근거지가 수도권인 비박 주자들의 주요 공격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전 대표의 경우 서울의 야당 강세 지역에서 6%포인트 이상 득표율 차이로 이긴 대목은 대선 과정에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전공인 경제ㆍ외교 분야에 주력하며 북한 광명성 3호 발사 등 향후 펼쳐질 정국 이슈에서 박 위원장과의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는 여권의 장외 주자인 정운찬 전 총리 등과의 접촉을 통해 비박 연대의 중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여의도와 경기도의 메신저 역할을 하던 의원들이 상당수 낙선한 김문수 경기지사의 대선 가도도 일단 제동이 걸렸다. 한 측근은 "현실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일단 지사직을 수행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치적 숙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때 친이계 좌장이었던 이재오 의원은 사실상 단기필마로 대선 정국을 뚫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야권 바람을 이기고 서울에서 기사회생한 만큼 본격적인 자신의 정치를 시도하며 대선 정국에서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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