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가빈 슈미트의 마지막 고공강타가 코트에 내리 꽂히자 경기장을 뒤흔드는 축포가 터졌다. '팡팡팡팡팡팡.'
삼성화재의 통산 6번째 우승을 알리는 총성이었다. 특히 2007~08 시즌부터 내리 5연속 정상에 오른 삼성화재는 하나된 조직력으로 '우승 DNA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삼성화재가 12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1~12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4차전에서 대한항공을 3-0(25-22 25-21 25-17)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기록한 삼성화재는 정규리그와 챔프전 통합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리그 5연패는 해태(86~89년)의 4연패를 뛰어넘는 새로운 남자 프로스포츠 최다 연속 우승 기록. 여자부에서는 프로농구 신한은행이 올 시즌까지 6연패를 차지한 게 최다다.
'캐나다 특급' 가빈은 혼자 37점을 쓸어 담으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가빈은 정규리그에 이어 챔프전에서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2009~10 시즌부터 한국무대에서 뛰며 삼성화재의 연속 우승을 이끈 가빈은 자신의 가슴에 단 3개의 별처럼 3번의 헹가래를 받았다. 코칭스태프가 아닌 선수가 헹가래를 받은 건 극히 이례적인 일로 가빈의 기여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가빈은 챔프전 3차전에서의 자신의 플레이를 '시즌 최악'으로 꼽을 만큼 부진했다. 이로 인해 신치용 감독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다른 선수들은 혼을 냈지만 가빈에게는 특별히 훈계하지 않았다. 책임감이 강한 선수라서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한국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가빈은 이날 챔프 4차전에서 전날과 180도 다른 경기력을 뽐내며 '가빈화재'의 모습을 증명했다.
세 번째 우승컵에 입맞춤한 가빈은 "MVP를 받은 것보다 우승을 했다는 게 더 기분이 좋다. 우승트로피에는 우리 팀의 노력이 담겨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경기 후 트위터를 통해 "고문 받고 있는 느낌"이라는 말을 남긴 가빈은 "6일간 4경기를 치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5차전은 안 가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오로지 챔피언 결정전만 생각했다"며 재계약과 관련해서는 캐나다에 돌아가서 고민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한편 대한항공은 2세트 중반에 주포 네맥 마틴이 가빈의 블로킹을 막다가 전날 경기 도중 삐었던 오른 엄지 손가락의 부상이 악화돼 교체되는 불운이 겹쳤다. 프로 첫 챔피언을 노렸던 대한항공은 2년 연속 삼성화재에 무릎을 꿇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인천=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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