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자리 개척하는 게 어느새 본업이 됐어요.”
10일(현지시간) 오후 7시30분 로스앤젤레스 코리안타운의 한 중국음식점. 영남대 출신의 재미동포 캐티 김(54ㆍ여)씨가 카카오톡으로 호출한 대학 후배들이 하루 업무를 마치고 속속 모여들었다. 영남대와 경북도가 손을 맞잡고 1년 간 이곳에 파견한 해외인턴들이었다. 얼굴을 본 지 열흘도 안 됐지만 회사와 생활공간이 달라서인지 궁금한 것도 많았다. 김씨는 현지 의류회사인 ‘파파야’에서 1년6개월째 일하는 배찬웅(27ㆍ의류패션전공 졸업)씨에게 정직원 채용 여부를 묻기도 했다. 김씨는 “인턴을 1년 연장한 배씨는 군대도 마쳤기 때문에 정직원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용기를 줬다.
김씨는 영남대 재학 중이거나 갓 졸업한 인턴들에게 ‘대모’로 통한다. 이 학교 가정학과 77학번으로 1984년부터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있는 김씨는 후배들의 후견인이자 만능 민원해결사였다.
금융업을 하는 김씨가 후배들의 멘토가 된 것은 우연이었다. 지난해 1월 아는 사람 소개로 로스앤젤레스에 인턴십을 온 후배(백원정ㆍ26ㆍ여ㆍ의류패션학과 졸업)와 점심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나갔는데, 미국으로 갓 건너온 후배 인턴 7명이 더 있었다. 공통 분모는 ‘영남대’ 뿐이었지만 김씨의 생활은 갑자기 전쟁상황실이 된 듯 바빠졌다.
민원은 넘쳐났다. 낯 설고 물 설은 이국땅에서 선배만 바라보는 후배들을 위해 이불과 밥그릇을 구해 날랐고, 비오는 날이면 인턴 회사까지 출퇴근 자가용을 몰았다. 아픈 후배는 병원으로 데려갔고, 월급을 저축할 통장 계좌도 만들어줬다.
영남대 동문이 운영하는 액티브USA에 다니는 이지민(21ㆍ여ㆍ의류패션3 휴학)씨는 “1월 처음 왔을 땐 회사 일보다 어떤 옷을 입고 행동은 어떻게 해야하는 지가 더 궁금했는데, 김 선배님이 해답을 제시해줬다”고 말했다.
올해 인턴 중 일부는 김씨가 직접 발굴한 3곳의 회사에 다니고 있다. 현지 인맥을 동원해 후배들의 해외인턴길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현지 회사와 후배 간 다리를 놓기 위해 영남대와 수백통의 이메일과 전화를 주고 받는다”는 그는 “회사 대신 후배들을 인터뷰하고 인턴 지원서를 보내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1명에 이어 올해도 10명의 영남대생들이 인턴으로 오면서 ‘인턴 선배’들은 새내기들의 정착을 돕기도 한다. 7월에도 다섯 명이 인턴십에 합류한다.
미국에 파견된 영남대 인턴은 총 52명. 경북도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는 취지에서 항공료와 수속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김씨는 “경북도의 지원으로 후배들의 해외 인턴행이 한결 쉬워졌다”며 “미국 인턴생활이 후배들의 미래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글ㆍ사진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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