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독립운동을 이끈 아메드 벤 벨라 초대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수도 알제의 자택에서 95세를 일기로 숨졌다.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AP통신은 그가 호흡기 질환으로 군 병원에서 지난달 두 차례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서부 마그니아에서 태어난 벨라 전 대통령은 10대 후반 자유프랑스군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 일등무공훈장 등 5개의 훈장을 받았다. 자랑스럽게 귀국했지만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경찰 지원 신청을 거절당했고 담배가게를 하려는 어머니의 꿈이 무너지는 등 식민지 고국의 현실은 참담했다. '프랑스 통치 하에서 미래는 없다'고 판단한 벨라 전 대통령은 그때부터 독립운동의 길을 걸었다.
알제리 독립전쟁(54~62년) 당시 민족해방전선(FLN)의 중심 인물로 전쟁을 주도했다. 이집트와 리비아로 몸을 피하기도 했지만 56년 프랑스 당국에 붙잡힌 뒤 에비앙 협정(62년) 체결로 알제리가 독립할 때까지 프랑스 감옥에 수감됐다.
알제리 독립 후 초대 대통령에 올랐지만 정쟁과 경제악화를 틈 타 쿠데타가 발생해 취임 3년도 안 돼 축출됐다. 쿠데타를 주도한 우아리 부메디엔 육군참모총장이 사망한 78년까지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될 정도였다. 가택연금이 풀린 80년 스위스로 망명했다가 90년 고국으로 돌아갔다. 집권 시절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반 식민주의 운동의 상징으로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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