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예상을 깨고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4.11 총선 결과에 대해 재계는 일단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재벌해체론까지 거론했던 야권이 다수 의석을 점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기 때문. 하지만 이전 국회에 비해 ‘반기업’ 성향을 지닌 의원수가 크게 늘어난 데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을 앞세운 정치권의 선명성 경쟁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총선 당일이었던 11일 오후5시 “불합리한 공약들은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오후 들어 투표율이 높아져 야당승리가 점쳐지자 이런 논평을 낸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다 밤 11시 여당의 승리가 굳어지자 “총선 결과는 국가 안정과 성장을 바라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개별 기업들의 분위기도 이와 비슷했다. 사실 총선을 앞둔 재계는 어느 때보다 초조함이 컸다. 여야 할 것 없이 재벌규제 목소리를 높인데다 일부 야당은 재벌법을 신설하고 30대 재벌 기업을 해체해 3,000개의 전문 기업으로 만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야권연대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이 같은 공약들이 당장 관철되기 어려워졌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의 수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대선정국에서 야권은 경제 민주화 공약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새누리당도 어떤 형태로든 대기업 규제공약을 내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입장에선 통합진보당의 심상정ㆍ노회찬 당선자 등 과거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정치인들이 국회에 대거 재입성한 점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흐름으로 보나 당선자들의 성향으로 보나 올해뿐 아니라 19대 국회 내내 경제민주화가 이슈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치권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대기업개혁이나 동반성장 이슈를 끌고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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