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로 미뤄놓았던 금융 현안들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민감한 사안들이 적지 않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가장 파괴력이 큰 사안은 저축은행 추가 구조조정. 금융당국이 올해 초 적기시정조치 유예 판정을 받은 4개 저축은행의 퇴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검사 연장'이라는 편법을 쓴 것도 총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감독원이 추가 검사를 마무리한 만큼 이르면 내달 초 이들 저축은행의 생사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유예 판정을 받은 4개 중 적어도 1~2개 저축은행이 퇴출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일각에선 1개만 빼고 모두 위험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중 일부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의 퇴출 판정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검찰의 수사 선상에도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4개 모두 대형 저축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메가톤급 후폭풍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정치권의 입김이다. 총선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곧 바로 대선 레이스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부산저축은행의 악몽을 떠올리는 대형 저축은행의 퇴출을 그대로 용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 관계자도 "금융당국 입장에선 자칫 공정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사안이어서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토로했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통위원 4자리의 주인도 조만간 발표된다. 20일 4년 임기를 마감하는 금통위원 3자리와 2년째 공석 중인 1자리로 금통위원 정원(7명)의 절반이 넘는다. 여느 때 같았으면 이런 저런 하마평이 쏟아졌을 텐데, 이번엔 총선을 앞두고 철통 보안령이 떨어지면서 신임 금통위원의 윤곽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태.
하지만 이미 상당기간 전에 내정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은 안팎에선 민상기 서울대 교수, 이종화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 김윤환 금융연수원장, 채희율 경기대 교수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들로 채워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은 출신 한 인사는 "최근 교체된 당연직 금통위원인 한은 부총재까지 포함해서 정권 말기에 5명의 금통위원이 새로 임명되는 것"이라며 "중립성이 강조되는 금통위원 자리에 만약 대통령 측근 인사가 임명된다면 역풍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 많았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개편안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금융당국이 정하도록 법이 만들어진데다 여야가 비슷한 내용의 총선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금융당국이 속도를 내지 않을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공청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예정. 관건은 대선정국 이전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지 여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형가맹점과 영세가맹점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에 대선정국까지 공방이 이어진다면 해법 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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