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가 나왔다. '민생'을 내세운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야권연대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합쳐도 정책결정 저지선을 넘지 못했다.
이유를 분석하자면 두뇌싸움과 승부수에서 야권연대는 새누리당의 적수가 못 된다는 것이 더 클지도 모르겠지만, 변했다는 정당과 변하지 않은 정당의 싸움에 민심이 내려준 평가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당명을 바꾸고 복지정책을 수용해서 한나라당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간인 사찰이라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이명박 정부의 범죄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이 아니다'는 걸로 비껴갔다.
반면 야권연대는 시종일관 '정권심판'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에게조차 그들이 과연 심판해야 할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를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보좌관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임종석씨를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에 기용했을 때 비판의 소리가 높았지만 공천까지 강행했다. 야권의 승리가 확실해 보이던 시점의 결정이라 더더욱 비판대상이 되었다. 힘이 있으면 주변을 살피지 않는 자세는 여당에게서 익숙하던 것 아닌가. 뒤늦게 바꿨지만 실기했다. 막판에 터진 김용민 후보의 막발발언에 대한 대처도 그렇다. 나꼼수의 인기를 의식해서 무엇이 올바른 행동인가를 가리지 않았다. 김 후보의 막말은 2월에 터진 비키니 발언과는 다르다. 반인륜적인 범죄 발언이다. 물론 누구든 잘못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대응이다. 보좌관이 여론조사를 조작했지만 이정희 진보통합당 공동대표가 책임지고 후보직을 사퇴하자 그 뒤를 이은 이상규 후보는 당선이 됐다. 반면 나꼼수는 '선거는 정권심판이지 김용민 심판이 아니'라고 했다. 거기에 민주통합당은 끌려가기만 했다. 이미 민주통합당에게는 한미FTA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둘러싼, 노무현 정부의 그림자가 있다. '당신들이 시작한 일을 왜 이제 와서 반대하느냐'는 새누리당의 질문에 군색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다. 정책의 차별성은 없지만 도덕성에서 차별화가 유일한 무기인데 그걸 던져버렸다. 정의 대신 인기를 선택한 그들이 맞이한 대가는 혹독하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이번 총선은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위한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다. 민심은 새누리당은 정말 한나라당이 아닌지, 민주통합당은 대세론에 취해서 올바름을 포기하는 정당이 아닌지 8개월 동안 지켜볼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전략은 성공했는지 몰라도 도덕성 부분에서 한나라당과 차이를 드러내지 못했다. 논문을 표절한 문대성 후보에 대해서도 '결과가 나오면'이라는 말로 시간만 끌어 결국 지역색을 타고 부도덕한 후보가 당선되게끔 했다. 그런 사람이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의 뒷배가 되는 것은 아닐까. 검찰은 민간인 사찰의 진상을 낱낱이 밝힐 수 있을 것이며 권력의 나팔수가 된 언론은 정도를 찾을 것인가. 벌써부터 어두운 조짐이 있다. 민간인 사찰자료를 폐기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에게 관봉 찍힌 5,000만원을 준 것으로 수사를 받는 유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은 어젯밤 검찰에서 장인이 돈을 줬다고 말을 바꿨다. 이렇게 태연한 거짓말은 민심이 여당 편이니 계속 속이며 살 수 있다 안도한 것인가. 다행히 검찰은 '씨도 안 먹히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검찰은 청와대의 책임이 있다면 그 수장까지 겨눠가며 진상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새누리당이 한나라당과 다르다는 차별성이 존재한다.
민주통합당은 내 편이니까 대세가 우리니까 안주하면서 정의를 외면하는 어리석은 행태를 되풀이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거기에 민주통합당의 존재근거, 이 정부를 심판할 진짜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양당이 진짜 다를지 민심은 지켜본다.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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