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안정적 과반 의석에는 못 미쳤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및 친야 성향의 무소속을 합쳐도 140석 안팎에 불과해 19대 국회는 보수 진보 어느 쪽도 일방통행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19대 원구성 단계부터 여야간 정국 주도권 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다. 곧바로 대선 정국이 이어질 공산도 커 여야 대선 주자들 간의 심각한 샅바싸움도 예상된다.
예상 밖 여대야소로 정국 불투명
당초 민주당은 단독 과반은 어렵더라도 통합진보당과 합치면 과반 의석을 차지해 무난히 여소야대 상황을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선전하면서 12일 0시 개표 결과, 과반 의석인 153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127석을 확보해 12석을 얻은 통합진보당까지 합쳐도 140석에 미치지 못했다.
이로써 여대야소는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0시 현재 5석을 확보한 선진당과 힘을 합쳐도 158석에 불과해 국회를 일방적으로 운영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총선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도 이날 밤 "오늘의 결과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위원장이 만든 특권경제와 반칙과 비리에 대해 국민이 용인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미 예고한 대로 민간인 불법 사찰과 디도스 공격 테러, BBK, 내곡동 대통령 사저 매입 의혹 등 현정부에서 벌어진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야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19대 국회는 원구성 단계부터 삐걱거리면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치 국면이 9월 정기국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여야 갈등이 첨예화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져들어 국정 공백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여야의 엇갈린 운명
민주당 입장에서는 다 잡은 여소야대 상황을 놓친 꼴이다. 더구나 통합진보당과 야권 연대를 통해 전국적으로 보수 대 진보의 1대1 구도를 만들고도 밀린 결과라 뼈저린 패배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공천 잡음과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 과정에서 전혀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이 비등하다. 일각에서는 한명숙 대표의 비례대표 의원 사퇴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책임론을 두고 내홍을 겪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데 있다. 촉박한 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현 지도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반면 올해 초만 하더라도 1당은 커녕 120석 확보도 어려워 보이던 새누리당은 유리한 고지에서 대선 가도를 달리게 됐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야권의 정권 심판론을 틀어막은 만큼 향후 정국에서도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권이 추가 공세에 나서더라도 새누리당은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차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총선 과정에서도 야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 요구를 '말 바꾸기'로 역공을 취하며 전세를 역전시킨 바 있다.
대선정국 조기 도래 가능성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일단 마련했다.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당의 노선 변화를 이끌어 내고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던 민심까지 회복해 선거를 승리로 이끈 만큼 대선 가도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여권 내에선 이번 총선을 통해 여권 내 대선 후보 경쟁이 사실상 매듭지어진 만큼 '포스트 박근혜' 경쟁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태호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 차세대 그룹이 대선 후보 경쟁에 뛰어들어 차차기 준비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민주당에선 부산 사상에서 당선된 문재인 상임고문이 유력 야권 주자들 중에서 단연 선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상임고문은 이번 총선에서 친노(親盧) 돌풍의 진앙으로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권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만큼 야권 주자로서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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