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밤 총선 개표가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민주통합당 영등포 당사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오후 6시 팽팽한 접전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 방송 3사 출구조사결과에 고무돼 조심스레 승리까지 점쳤던 민주당의 기쁨은 불과 3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오후 9시 이후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하며 1당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민주당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급기야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이 오후 11시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실상 총선 패배를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박 본부장은 "민주당의 여러 미흡함으로 현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을 충분히 받아 안지 못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승부의 관건으로 봤던 투표율에서도 국민들의 실망이 나타났다"며 "지역에서 고군분투한 후보들, 특히 강원과 충청, 영남 지역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인 후보들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본부장은 "오늘의 결과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위원장의 새누리당이 지난 4년간 만든 재벌 특권 경제, 반칙 비리에 대해 국민이 용인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민주당은 오늘의 의미를 깊이 반성하고 새겨 국민이 기대하고 의지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선거 방송은 계속 흘러나왔지만 상황실에 남아 지켜보는 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앞서 오후 5시 55분께 개표 상황실에 들어선 한명숙 대표는 출구조사결과를 10여분간 지켜보고 상황실을 떠난 뒤로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침통함을 감추지 못한 일부 당직자들은 "이 정도일 줄 몰랐다""정권심판론이 수도권에서만 작용했나 보다"며 허탈해 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