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4ㆍ11 총선은 '위험한 승부'였다. 새누리당이 참패할 경우 그가 4년 넘게 지켜 온 '차기 대선주자 1위'의 입지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선거 기간 내내 매일 수 백 km 씩을 누비며 '붕대 투혼'을 발휘해 민주통합당의 압승을 저지하고 새누리당을 원내 제1당으로 끌어 올렸다. 박 위원장이 '선거의 여왕'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대선 구도를 자신에게 더욱 유리하게 바꿔 놓은 것이다.
여권엔 명실상부한 '박근혜 시대'가 열리게 됐다. 박 위원장이 지난 해 12월 비대위를 맡아 구원 투수로 등장했을 당시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100석도 못 건질 것", "수도권에서 전멸할 것" 등 극단적 위기감에 휩싸여 있었다. 박 위원장이 4개월 만에 새누리당을 난파 직전의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다. 새누리당이 박 위원장을 내세워 회생한 것은 탄핵 역풍이 몰아쳤던 2004년 17대 총선 때에 이어 두번째다.
반면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여권의 대선 경쟁 구도는 박 위원장의 독주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위원장의 대선 본선 전망도 밝아졌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참패→박 위원장의 대세론 상처ㆍ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의 위상 급상승'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은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야권이 '이명박근혜'라는 말까지 만들어 안간힘을 썼음에도 박 위원장이 정권 심판론으로부터 결정적 타격을 입지 않은 것도 의미가 크다. 또 새누리당이 강원과 충청권 등 대구ㆍ경북 이외의 지역에서도 선전하면서 박 위원장 지지층의 확장 가능성도 보여 줬다.
물론 대선까지는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다. 박 위원장의 저력이 확인된 이상, 야권이 그를 흔들려는 시도는 더욱 집요하고 과격해질 것이다. 새누리당이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고전한 것은 매우 뼈 아픈 대목이다. 특히 수도 서울에서의 참패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박 위원장은 총선 이후 당을 수습한 뒤 대선 레이스를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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