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대선주자들도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명암이 엇갈렸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정세균 상임고문이나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 등 직접 출마한 주자는 물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김두관 경남지사 등 지원 부대 역할에 머물렀던 주자들도 선거 결과에 울고 웃었다.
총선 결과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겼지만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이들 대부분이 레이스에 뛰어 들어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동영 정세균 희비 엇갈려
정동영 상임고문은 서울 강남을에서 패배의 쓴 맛을 봤다. 텃밭(전주 덕진을)을 버리고 보수의 아성이라는 강남 지역구에 도전할 때부터 승부는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도리어 생환이 불가능한 험지 출마 자체가 정치적 승부수였다는 분석이 많다. 사지(死地)에 뛰어드는 희생 정신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새로운 이미지가 구축됐다는 긍정 평가다.
일각에서는 2000년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뒤 2002년 대선에서 화려하게 재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을 정 고문이 벤치마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정 고문이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캠프 보강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이종걸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 측근의 국회 입성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최규식 의원이 ‘청목회 사건’ 여파로 불출마했고 김낙순 전 의원과 이상호 전 청년위원장 등은 경선에서 컷 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면 정세균 상임고문은 정치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당선됨으로써 정치적 위상이 높아짐과 동시에 대선 가도에도 일단 파란불이 켜졌다. 텃밭(전북 진안ㆍ무주ㆍ장수ㆍ임실)을 떠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거쳐갔던 지역구로 옮겨 일군 승리라는 점에서 정 고문은 한층 고무돼 있다.
정 고문은 이번 총선에서 캠프 자산도 넉넉하게 챙겼다. 수도권에서 당선된 신기남 오영식 윤호중 이미경 전병헌 최재성 후보 등이 SK(정세균)파로 분류된다. 광범위하게 포진한 친노 그룹까지 포함하면 정 고문의 대선 동력은 그만큼 더 강력해 졌다. 당내 폭넓은 지지기반과 달리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점은 우선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비록 비례대표 당선에 실패했지만 전국적으로 당이 선전하는 바람에 표정이 그리 어둡지는 않다. 유 대표는 통합진보당의 정당지지율을 20%로 장담하면서 비례대표 12번을 선택했지만 실제 지지율이 미치지 못하는 바람에 당선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선전함으로써 정치적 리더십은 어느 정도 인정받게 됐다. 당내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대선주자로서 적당한 시점에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손학규 김두관 행보 본격화 주목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이번 선거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지원 유세에 동참했기 때문에 총선 성적의 영향권 내에 있다. 손 전 대표가 적극 공략에 나섰던 수도권 지역에서 민주당이 우세승을 거둔 점을 감안하면 손 전 대표도 반사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게 됐다. 더구나 김동철 신학용 이용섭 이춘석 의원 등 다수의 측근 그룹이 당선돼 원내 기동력도 상당히 확보했다. 물론 자신의 지역구(경기 분당을)를 물려받은 김병욱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지만 끝내 원내 진입에 실패함으로써 전체적인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바로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사실상 칩거하며 몰두했던 각종 정책 구상을 조만간 책자로 엮어 출판기념회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총선에 관여하지 않았던 김두관 경남지사는 총선 결과의 직접 영향권에선 벗어나 있다. 다만 김 지사의 근거지인 부산ㆍ경남의 ‘낙동강 야풍’이 미풍에 그쳐 그의 대선 행보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하지만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던 평소 움직임을 감안하면 적절한 시점에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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