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 전 서기의 중앙정치국 위원직을 정지시키면서 시ㆍ구ㆍ현의 당 간부와 언론 책임자를 모아 당 중앙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한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11일 당 중앙이 보 전 서기의 중앙정치국 위원직을 정지시킨 것은 실사구시의 원칙과 법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임을 부각시키는 데 애를 썼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당 중앙의 정확한 결정을 단호하게 지지한다'라는 평론기사에서 "보 전 서기는 당의 규율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국가 이미지에 큰 손해를 끼쳤다"고 강조했다. 환추(環球)시보도 "이번 사건은 잘못을 얼버무린 채 숨기고 갈 수 있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北京)일보는 10일 저녁 베이징시의 당 간부들이 긴급 회의를 갖고 당 중앙의 결정에 적극 따를 것을 다짐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매체들도 당 중앙이 10일 충칭시의 현급 이상 간부들을 소집, 보 전 서기와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의 혐의를 담은 문건을 돌린 뒤 회수한 사실을 전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이 이날 밤 11시부터 보 전 서기의 중앙정치국 위원직 정지 사실을 보도한 점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의 주도면밀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화통신과 CCTV는 이날 밤 보 전 서기의 중앙정치국 위원직이 정지됐다고 전하면서 구카이라이도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살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10일 저녁 당 간부 회의에서 배포된 문건에는 구카이라이가 헤이우드와 사업상 문제로 갈등을 겪자 집사인 장샤오쥔(張曉軍)을 교사, 헤이우드를 독살한 혐의가 있다고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은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공안국장이 이 사실을 알고 조사를 시작하자 보 전 서기가 인사규정까지 어겨가며 왕 국장의 보직을 바꾸고 주변 인물들을 체포했다고 적었다. 결국 신변의 위협을 느낀 왕 국장이 청두(成都)의 미국 총영사관으로 도피했다는 게 문건에 담긴 내용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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