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야권에 크게 밀리면서 여권 대선주자들도 손에 땀을 쥐는 힘겨운 승부를 펼쳐야 했다.
이명박 정권의 2인자로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친노’ 돌풍에 끝까지 피말리는 접전 끝에 신승했고, 6선의 정몽준 전 대표는 민주통합당 이계안 후보를 맞아 고전을 면치 못해 체면을 구겼다. 당내에선 “비박( 非朴) 진영 주자들이 대선 경쟁에 나설 여력조차 없는 결과”라는 탄식과 함께 서울지역 참패 속에 “그나마 대선주자들이 선전을 했다”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면 김태호 의원은 친노 바람을 저지하며 당선됐다.
여권 내 잠룡으로 분류됐던 이재오 의원의 고전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발언을 자제한 채 지역구 다지기에 매진한 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앞섰던 그다. 그러나 현 정권의 2인자도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돌아온 친노와 야권 연대의 돌풍에 크게 힘겨워했다. 개표 막판까지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와 1%포인트 안팎의 차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다 신승했다.
이 의원이 접전 끝에 5선 고지에 올라서면서 ‘계파 수장’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 시험대에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향후 여권 내 대선 정국에서 비박 진영의 ‘킹 메이커’ 역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총선을 마친 뒤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내려던 정몽준 전 대표도 예상 외로 고전했다. 정 전 대표는 뛰어난 대중성을 앞세워 낙승이 예상됐으나 결과를 낙관하기 힘들 정도의 접전을 벌이다 후반에 가서야 격차를 벌렸다.
정 전 대표는 이미 수 차례 대선 후보 경선의 출마 의사를 밝힌 만큼 조만간 당내 대선 레이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에서 당의 승리를 이끌며 주가를 올린 점을 감안해 박 위원장과의 차별화 전략에 주력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대중성에 적잖은 상처를 입은 데 이어 전여옥 의원 등 측근 의원들까지 탈당 또는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동력이 상당부분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 의원은 경남에서 친노 바람을 차단하며 수성에 성공해 당내 정치적 입지를 다질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깜짝 카드’로 총리 후보에 내정되면서 화려하게 중앙 정치 무대에 이름을 알렸지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생명력을 잃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4ㆍ27 재보선에 당선된 뒤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행보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고 이번에도 친노 계열인 김경수 민주당 후보를 꺾음으로써 당내에선 그가 차세대 주자의 한 명으로 급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박풍(朴風ㆍ박근혜 바람)의 위력이 재확인되면서 ‘비박 진영’의 한 축인 김문수 경기지사도 노선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내 ‘박근혜 체제’가 안착한 반면 정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은 고전하면서 ‘비박 연대’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명진 임해규 의원 등 김 지사의 측근들이 총선에서 탈락한 것도 부담이다.
정운찬 전 총리의 경우 지금과 같이 독자적으로 여권 내 유력주자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박 위원장의 영향력이 극대화한 점을 감안하면 추이 상황을 지켜보다 비박 연대에 동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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