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해체 4년 만에 빙판에 돌아온 광운대가 감격의 승리를 맛봤다.
광운대는 11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 57회 전국대학선수권 1차전에서 한양대와 난타전 끝에 7-6으로 승리했다. 2005년 10월 종합선수권에서 경희대를 이긴 후 7년 만의 승전보다. 현장을 찾은 조무성 광운대 이사장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눈물까지 흘렸다.
그러나 광운대의 연패 사슬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 이날 경기가 '번외'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광운대 승리의 주역은 공격수 박종수(20). 그는 한양대를 상대로 2골 3도움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경기를 지켜보던 이병철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심판 이사는 "국내 무대에 적응하면 무서운 선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박종수는 아직 한국 빙판에서 공인 받지 못한 이방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나고 자란 그는 올해 처음으로 모국 땅을 밟았다. 캐나다 주니어 B리그에서 아이스하키 선수의 꿈을 키우던 그는 아버지 박웅규씨의 권유로 한국행을 결심했다. 광운대 아이스하키 팀 창단 멤버로 활약했던 박씨는 2008년 선수 부족으로 해체된 모교 아이스하키 팀의 부활을 위해 아들을 귀국시켰다.
12명의 신입생으로 재창단한 광운대는 선수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두 명의 '해외파'를 영입했다. 박종수 외에 경성중 2년 때 일본으로 이민, 홋카이도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최영민(19ㆍ2골 1도움)이 광운대 유니폼을 입었다.
광운대의 복귀전이 '번외 경기'로 처리된 것은 이들 '해외파'탓이다. 낮 12시 30분으로 예정된 경기는 1시간이 넘게 열리지 못했다.'해외파'의 자격 문제에 대해 정리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영민은 경성중에서 선수 등록이 된 과거가 문제가 됐다. 규정에 따르면 2년 이상 선수 등록이 되지 않으면 복귀한 후 2년간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박종수는 미국 국적이 걸림돌이 됐다.
광운대가 반발하자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기존 4개 대(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가 '해외파'의 출전을 허락할 경우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박종수와 최영민의 출전을 둘러싸고 경기 직전까지 회의가 이어졌고 시작이 1시간 지연된 끝에 '해외파'가 출전하는 대신 광운대의 모든 경기를 비공식처리하기로 결정됐다. 국내 대학부 아이스하키에서 번외 경기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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