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57)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지휘봉을 반납했다. 허 감독은 11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광주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7라운드 홈 경기를 끝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허 감독은 마지막 경기에서 1-1로 비긴 후 발표한 사퇴의 글에서 "내 부덕의 소치다. 어그러진 것을 바로잡지 못하고 손을 놓아 버리게 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소통의 부재로 팬심을 읽지 못하고 그로 인해 반목을 받게 된 점을 안타깝게 여긴다"고 밝혔다.
2007년 12월 두 번째로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허 감독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대회 16강을 이끌며 '토종 명장'으로 인정 받았다.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맛본 국내 지도자는 허 감독이 유일하다.
허 감독은 연임 제안을 고사하고 2010년 7월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부임 당시 인천의 성적이나 인적 구성은 뛰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허 감독은 "현재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고 신흥 명문 팀으로 키워내겠다는 의욕을 밝혔다.
그러나 팀 전력은 허 감독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우선 전력의 한계를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허감독이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지난 시즌, 인천은 6승 14무 10패(승점 32)로 13위에 머물렀다. 문학경기장에서 인천축구전용구장으로 홈 경기장을 옮긴 올 시즌에는 설기현, 김남일 등 베테랑을 보강했지만 6라운드까지 1승 1무 4패(승점 4)에 그쳤다.
허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감독으로서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구단주도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위권에 머문 것이 사퇴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구단 운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아 선수단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시민 구단이 자생하려면 시 협조 없이 안 된다. 근본적인 기초 공사가 필요하다"며 "갑작스럽게 사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한 달 전쯤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실제 인천은 재정 악화로 지난 2월 선수들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등 살림살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허 감독은 유럽으로 건너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유로 2012를 관전하는 등 축구 관련 공부를 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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