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조코비치(25ㆍ세르비아ㆍ랭킹1위)는 역시 '테니스 종결자'였다.
남자프로테니스 협회(ATP)는 지난 9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디사이딩 세트'(Deciding set) 승률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조코비치가 단연 현역 최고의 승률을 보이고 있다. 디사이딩 세트란 세트스코어 1-1, 혹은 2-2 상황에서 최종 승부를 가리기 위한 마지막 세트를 가리키는 스포츠 용어다.
팬들은 온라인 투표에서 조코비치가 보여준 디사이딩 세트 중 최고의 게임으로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ㆍ3위)와 맞붙은 2011년 US오픈 준결승전(69%)을 꼽았다. 지난 1월 호주오픈 라파엘 나달(26ㆍ스페인ㆍ2위)과의 결승전이 31%를 차지했다.
ATP는 지난 주말 열린 2012년 국가간 테니스 대항전 데이비스컵 대회 8강전을 포함해 올 시즌 열린 908게임을 모두 분석했다. 이중 디사이딩 세트까지 이어진 게임은 247경기로 밝혀졌다. 디사이딩 세트 승률이 높다는 것은 승부사 기질과 배짱이 두둑하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세트가 팽팽한 균형을 이룬 상황에서 최종 승부에 접어들면 결국 정신력(멘탈)이 강한 선수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긴장감이 높을 수록 실책을 남발하기 쉽다. 따라서 멘탈이 약하면 기회를 위기로 날려 버리지만 멘탈이 강하면 위기상황에서도 더욱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간다. 조코비치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했다.
조코비치는 디사이딩 세트에서 82승 35패(승률 70.1%)를 기록해 현역 선수 중 1위, 통산 2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역대 통산 1위는 비외른 보리(56ㆍ스웨덴)가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보리는 1973년 ATP가 각종 승률을 집계한 이래 디사이딩 세트 승률 75.9%(123승 39패)를 보였다. 보리와 같은 시대에 활약한 브라이언 갓프리드(60ㆍ미국)는 "보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심리적인 압박감을 모두 흡수해버린다"며 "불리한 스코어에도 보리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항상 이겨냈다"고 회상했다.
3위는 지미 코너스(60ㆍ미국)가 차지했다. 코너스의 승률은 69.8%(229승 99패)였다. 나달(96승 43패ㆍ69.1%), 존 맥켄로(161승 73패ㆍ 68.8%)가 뒤를 이었고 피트 샘프러스(188승 88패), 존 뉴콤브(94승 44패), 앤디 머레이(81승 38패)가 68.1%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만능 플레이어 페더러는 63.6%(147승 84패)로 31위에 그쳤다.
전 호주오픈 챔피언 요한 크리크(53ㆍ미국)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Never say die)라는 마음가짐이 승리의 관건이었다"라며 "그런 공격적인 태도가 우승컵을 따낸 비결이었다"라고 말했다. 크리크는 67.6%(125승 60패)로 역대 9위에 올라있다.
1970~80년대 ATP투어 타이틀 25개를 따낸 한 갓프리드도 "마지막 세트 첫 서브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체력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보다는 멘탈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이런 멘탈게임을 즐겼다"며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나 자신에게 미소를 보내 긴장을 풀었다"고 말했다. 전 랭킹 4위 브래드 길버트(51ㆍ미국)도 "상대에게 집중하기 힘들다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온 힘을 쏟으라"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1년 동안 경기만 놓고 보면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23)가 조코비치(81.3%)를 따돌리고 88.9%로 1위에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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