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몰카'는 없다. 이젠 뼈를 깎는 자구노력만이 필요하다."
11일 오전 9시 정선 강원랜드 카지노 객장 내 게임기 1,092대에 대한 점검이 끝나자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개장 12년 만에 처음으로 휴장에 들어간 카지노에는 미국과 오스트리아 등 국내외 전문가 48명이 모여 28시간 동안 모든 기기에 대한 점검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불법 시설물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개장이래 줄곧 객장에서 일해온 한 직원은 "비리의 온상이 돼온 카지노가 게임기계만 점검한다고 바뀔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며 "강원랜드 이름만 빼고 모든 것이 다 바뀌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강원랜드가 환골탈태 하기 위해선 우선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근절돼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강원랜드 임원진은 대다수가 청와대 비서실과 대선캠프, 중앙부처 출신 등으로 이뤄진 소위 '다국적군'이다. 이들은 대부분 능력 검증 없이 정치적 입김으로 강원랜드에 입성했다. 일부는 실무부서 곳곳에 자기 사람들로 '라인'을 만들어 출신 성분 별 파벌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이들에게 강원랜드의 쇄신책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들이 비리에 휘말려 기업이미지를 먹칠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최영 전 사장은 지난해 2월 건설현장 함바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고, 한 간부는 자신이 출마할 선거구민을 불러 선심성 관광을 시켜주다 구설수에 올랐다. 낙하산 인사들이 자신의 배를 불리는 사이, 강원랜드는 비리의 온상으로 변해갔다. 전 직원 K모(40)씨는 "강원랜드를 자신들의 경력을 쌓기 위해 거쳐가는 곳으로 여기는 임원들에게 비리 근절대책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며 "낙하산 인사로 승진기회가 박탈된 직원들이 비리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과도한 간섭을 줄이기 위해선 강원랜드 전체 지분 가운데 36%의 정부지분 일부를 민간에 매각, 힘의 균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구자관 한중대 교수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분율을 줄여 견제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며 "최소한 카지노 사업장의 실무를 책임지는 운영본부장은 검증된 전문가를 뽑도록 인적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랜드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이유는 또 있다. 카지노는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이 모인 곳이다. 그럼에도 강원랜드는 도박중독자의 치유 등 공익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인색하다. 감사원 등에 따르면 강원랜드 상습출입자 5만여명 가운데 1,300여명이 경제력을 상실하고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전락했다. 통계에 잡힌 것만 이 정도이지, 실제 경제 파탄자는 1만명이 넘는다. 강원랜드는 이들을 대상으로 연간 6,000여건의 상담을 통해 도박중독 치료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서비스의 질은 있으나 마나 하는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자발적 상담은 20%에 불과하고 상당수는 카지노 출입이 정지된 사람들이 재출입을 위해 상담 받은 일종의 '꼼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방은근 고한 남부교회 목사는 "강원랜드는 카지노 노숙자들의 자리매매 등 편법을 묵인하며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공기업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강원랜드의 비리 근절을 위해 대형마트와 같이 의무휴무제를 도입하는 한편 카지노 수익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승구 강원대 교수는 "강원랜드가 수익구조를 카지노에만 의존하지 말고 리조트 사업 등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며 "영업이익을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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