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직장인들 사이엔 '나가쇼쿠(中食)'문화가 있다. 나가쇼쿠란 음식점에서 사먹는 '외식(外食)'과 집에서 요리해 먹는 '내식(內食)'의 중간 형태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또 독신가구가 늘어나면서 도시락을 사먹는 직장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일본 식품안전안심재단과 야노(矢野)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95년 5조엔이던 나카쇼쿠 시장 규모는 2005년에는 6조3,000억엔으로 10년 사이 25.9%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외식시장 규모는 12.9% 축소됐다. 나카쇼쿠 시장의 증가세는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져 2008년엔 8조5,000억엔, 2010년 이후로 10조엔(14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약 60조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외식시장보다도 두 배 이상 큰 규모다.
이 같은 일본의 나가쇼쿠 생활패턴이 이제 우리나라에도 확산되고 있다. 물가의 고공행진 속에 도시락을 사 먹는 직장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편의점들의 도시락 판매가 급증, 세븐일레븐과 보광훼미리마트의 지난해 도시락 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123.8%, 56.7%씩 증가했다. 도시락시장 규모는 벌써 2조원대로 급팽창했는데, 편의점의 도시락 판매증가는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도시락전문점도 증가하는 추세. 국내 도시락 프랜차이즈는 1993년에 설립된 한솥도시락이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했으나, 2008~2010년 사이 토마토도시락, 미야오, 본도시락, 오봉도시락, 벤또랑, 돈호아 등 새로운 체인점들이 속속 등장했다.
새 도시락전문점의 특징은 주택가가 아닌 오피스가에 점포를 내고 직장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것. 배달도 해 준다.
이런 한국판 나가쇼쿠 현상 역시 불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오피스가 주변 임대료가 상승하고 자가 식당보다는 프랜차이즈 식당의 비율이 늘면서 외식물가가 높아진 것이 직접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점심식사를 하려면 1만원 전후의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도시락은 3,000~6,000원으로 저렴하기 때문.
이와 함께 만혼 풍조로 요리를 귀찮아하는 1인가구가 늘어난 것도 도시락 시장 확대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본도시락 관계자는 "점심에는 배달시켜 먹는 직장인이 많고, 저녁에는 미리 주문해 놓았다가 퇴근길에 들러 찾아가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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