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11일 투표를 둘러싼 다양한 공방과 해프닝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오전부터 투표소를 찾지 못해 항의하는 유권자들이 속출했고, 부산 모 대학의 한 학과에선 과회장이 학생들의 부재자 투표 용지를 폐기하고 잠적하는 일도 있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등 온라인 공간에선 투표 독려를 둘러싸고 치열한 장외 선거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 직후부터 트위터와 포털사이트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투표 안내문에 있는 투표소 약도가 부정확하다"는 항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2010년 지방선거 때와 달라진 투표소가 9.1%(1,200여곳)에 달하면서 유권자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선거 공보물에 투표소 위치가 잘못 표기된 서울 동작구 상도1동 제4투표소 주변에서는 투표소를 찾지 못한 주민들의 112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또 서울 마포구 염리동 제1투표소, 부산 사하구 하단1동 제5투표소,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제2투표소 등의 약도도 실제와 달라 유권자들을 헤매게 했다. 일부 유권자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어 온 선관위의 투표율 낮추기 꼼수"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또 오전 내내 트위터에는 사실과 다른'무효표 방지법'이 떠돌았다. "투표소 공무원이 투표 용지 하단 모서리 절취선을 잘라주지 않았거나 투표 용지에 관인이 찍혀있지 않은 경우, 투표 용지를 접지 않고 투표함에 넣은 경우에는 무효표로 처리되니 주의하라"는 내용. 유언비어가 확산되자 선관위는 홈페이지에 '유·무효 투표 예시 안내문'을 올려 "세 가지 경우 모두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날 벌어진 가장 황당한 사건은 부산 P대학 재학생 수십 명의 부재자 투표용지가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린 일이다. 이 대학 과 학생회장이 학생들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부재자 투표 신청을 했고, 지난 1일 학과사무실로 온 투표 용지를 사무실에서 폐기해 일어난 일이었다. 부재자 투표의 경우 정해진 기간에 투표를 못 했더라도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 신분증이 있으면 선거 당일 투표할 수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투표 용지가 사라졌기 때문에 투표가 불가능했다. 문제를 일으킨 과회장은 학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문자만 남긴 채 잠적,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선거법 위반 논란도 계속됐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 측은 이날 오전 '종로의 발전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투표해달라. 기호 1번 홍사덕'이라는 문자를 보냈다가 유권자들의 제보로 종로구 선관위의 조사를 받았다. 후보자가 선거 당일 후보자 기호를 표시하는 투표 독려 행위를 하면 선거법 위반이다.
또 경기 고양경찰서는 투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휴대폰으로 촬영한 임모(29)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날 온라인 공간에서 가장 많이 오고 간 것은 투표 독려 메시지. '투표율 70% 공약'을 내건 유명인사들은 공약을 재확인하며 팬들에게 "지인들도 투표시키라"고 당부했다. "투표율 70%가 넘으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겠다"고 공약했던 소설가 이외수씨는 이날 오후 기대만큼 투표율이 오르지 않자 "앞으로도 계속 긴 머리로 살아가야 하냐"라고 걱정하는 트위터 멘션을 올렸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트위터에 "오후4시에 투표율이 50%를 넘으면 닭 쏜다"는 글을 올려 서울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유권자들과 '번개 모임'을 가졌다.
한편 새누리당의 전(前) 당명을 가져다 쓴 한나라당이 정당 투표에서 원내 정당인 창조한국당과 국민생각보다 높은 득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0시 40분 현재(개표율 63.0%) 한나라당의 정당 득표율은 0.9%로 전체 정당 중 7위였다. 이는 새누리당의 당명 개정 사실을 모르는 지방 유권자들과 재외국민 투표자들이 비례대표 마지막 번호(20번)인 한나라당에 표를 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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