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토막살인범은 이른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사이코패스)인가? 내로라하는 범죄전문가나 프로파일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베테랑 수사관들조차 “이토록 끔찍한 현장은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을 만큼 시신을 무려 280여 조각으로 절단한 행위와, 별로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지 않은 태도 등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이다. 반면 어수룩해 보이는 캐릭터와 계획되지 않은 범행, 검거 후의 자포자기식 정신상태로 봐서는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사이코패스의 여러 조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범죄자는 유영철이다. 그는 오직 살인행위 자체의 쾌감을 추구했다. “왜 그런 방식으로 죽였느냐”는 질문에 “그래야 재미있잖아요?”라고 반문할 정도였으니까. 꽤 좋은 머리로 신문과 인터넷, DVD영화 등을 통해 살인방법과 수사를 따돌리는 법까지 치밀하게 연구했다. 허세 부리듯 범행을 줄줄이 먼저 털어놓고 심지어 남의 범행까지도 제 것으로 우기는 등 과시형 성격도 정확히 사이코패스다운 것이었다.
▦결국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감능력의 부재(不在)’다. 타인의 감정과 고통에 대해 완전히 무감해서 평소 남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자각은커녕 후회도 하지 못한다. 공감 능력이 없으므로 정상적 사회관계를 형성할 수 없고 고립상태에서 충동적 쾌락에만 의존케 된다. 그들이 종종 잔혹한 살인이나 폭력을 반복하는 이유다. 유영철의 가장 섬뜩한 이미지 역시 현장검증 때 주위 시민들의 분노에도 아무 감정변화 없던 그 무심한 눈동자였다.
▦이번 수원 살인범의 행적에서도 주변과의 어떤 공감 흔적도 발견되지 않는다. 고립이 그를 사이코패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반사회적 정신질환자(소시오패스)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공감 부재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크게 보면, 우리사회가 독한 증오와 적대의 문화로 덮여가는 현실도 나와 다른 이의 의견이나 입장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사회적 공감능력의 퇴화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 부재야말로 개인과 사회의 가장 무서운 위험인자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