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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임기 실종된 합참의장과 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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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임기 실종된 합참의장과 참모총장

입력
2012.04.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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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사법 제18조는 ‘합참의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한다. 다만 전시·사변 또는 국방상 필요한 때에는 1년의 범위 내에서 그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9조에는 참모총장의 임기도 2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 임명됐던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 등 4명은 현 정부 출범 후 모두 1년 6개월 만에 교체되었다. 현 정부에서 임명됐다가 이임한 합참의장과 참모총장 9명 중 2년 임기를 채운 사람은 단 2명뿐이고 평균 임기는 약 16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또 공군참모총장을 1년 6개월 만에 교체한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대장 임기를 18개월에서 24개월까지 보장한다는 원칙에 따른 정기인사 대상”이라고 한다. 법률에 임기 2년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는데 어떻게 18개월 만에 교체하는 것이 원칙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합참의장과 참모총장의 임기를 법률로 정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사안이다.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 제6조와 18조에는 군인의 정치적 중립의무와 정치행위 제한을 명시하고 있다. 즉 합참의장과 참모총장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지키면서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군을 지휘·감독 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각종 업무의 순기나 예산편성과 집행 과정을 보더라도 임기가 최소한 2년은 되어야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1년 6개월 만에 교체되면 전임자가 작성한 연간업무계획과 예산편성에 따라 군을 지휘하고 자신이 세운 계획은 1년도 채 집행하지 못하고 이임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의장과 총장이 취임할 때마다 지휘통솔방침이 바뀌고 새로운 정책이 넘쳐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일관성 있는 군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참모총장이 교체되면 각급 지휘관과 주요 참모들도 상당수가 교체될 수밖에 없고 그 중 일부는 1년 심지어 6개월 만에 교체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급부대의 안정과 완벽한 전투태세 유지에도 허점이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군사 선진국에서는 의장과 총장의 임기를 3년 또는 그 이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임기를 2년으로 정한 것은 2년이라는 기간이 효과적인 군 지휘통솔에 충분한 기간이라는 의미보다도 인사적체를 방지하고 출신 기수별 일정 수준의 진급기회를 보장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2년 임기마저도 지키지 않고 마구 교체하면 군의 안정과 발전에 심각한 저해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정치권이나 살피고 상부의 눈치를 보는 정치군인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헌법 제74조에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군을 통수 한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국방부 관계자가 법률에 정한 임기는 안중에도 없고 참모총장의 임기는 18개월 정도면 된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니 과연 국방부는 각종 법령을 준수하면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군인사법에는 합참의장과 참모총장의 임기를 연장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은 있어도 단축시키는 단서는 없다. 그렇다면 명백한 직위 해제나 파면의 사유가 없는 한 2년 임기를 반드시 지킬 필요가 있다.

군의 안정과 발전에 기본이 되는 군인사법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국군 조직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난센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군의 조직을 논하기 전에 현행 법규와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군의 안정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 지휘부도 교체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왔다. 그렇게 해야 임명권자에게 충성하는 군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지 모르겠으나, 군은 언제나 국가에 충성할 뿐이다. 다음 정권에서라도 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법정 임기를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성숙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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