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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한민국의 원년은 1948년이 아니라 1919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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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한민국의 원년은 1948년이 아니라 1919년이다

입력
2012.04.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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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30년 9월 1일’.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제1호로 발행한 의 발행일자를 표기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한민국’은 연호이다. ‘대한민국’이란 연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사용하기 시작했고, 1919년을 ‘대한민국 원년’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30년’은 1948년을 가리킨다. 이를 통해 확인되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사용하던 연호를 그대로 썼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48년에 건국되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2008년을 나라의 환갑이 되는 해라며, ‘건국60년’을 기념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정부가 나서서 대한민국이 48년에 건국되었음을 기념하고 선전한 것이다. 여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8월 15일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고도 했다. 이후 일부 세력이 이러한 주장과 시도를 계속하면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뒤흔들고 있다.

역사적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48년에 건국된 것이 아니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이 수없이 많다. ‘대한민국 30년 9월 1일’이란 것이 그 중 하나다. 48년 9월 1일 관보 1호를 발행한 대한민국 정부는 발행연도와 일자를 표기하면서, 서기 연호를 쓰지 않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사용하던 연호를 그대로 써 ‘대한민국 30년 9월 1일’이라고 표기한 것이다.

연호는 국가가 바뀌면 다르게 쓴다. 같은 국가에서도 황제가 바뀌면 새로운 연호를 사용한다. 중국이나 일본의 예를 들 것도 없다. 우리 역사에서도 대한제국이 성립되면서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 고종이 황제로 즉위하면서 연호를 ‘광무’라고 했다. 이후 즉위한 순종황제는 ‘융희’라는 연호를 썼다. 대한제국이란 같은 나라이지만, 황제가 바뀌면서 연호도 달리 쓴 것이다.

1919년 3월 1일 ‘독립국’임을 선언한 독립선언이 발표된후, 한달 여만인 4월 중국 상하이에서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한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서기 연호를 사용하지 않았다. 국호인 ‘대한민국’을 연호로 사용했고, 1919년을 ‘대한민국 원년’이라고 했다. 이후 임시정부에서 생산한 모든 문서는 모두 ‘대한민국’이란 연호로 표기했다.

대한민국 정부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똑같은 연호를 사용했다는 역사적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되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헌법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와의 관계를 밝혀 놓았다. 1948년 7월 17일에 공포된 제헌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기미년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 했고, 1987년 10월 29일에 공포된 제6공화국 헌법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는 내용을 명기해 놓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새로 세운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그대로 잇고 있다는 사실을 헌법에 밝혀 놓은 것이다.

4월13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93주년이 되는 날이다. 권력과 힘을 가지고 역사를 왜곡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권력과 힘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역사적 사실까지 바꾸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똑같은 연호를 사용했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헌법을 통해서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잇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놓고 있다. 대한민국은 1948년에 건국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부터 비롯된다. 이것이 역사적 사실이고, 올해는 대한민국의 역사가 시작된 지 93년이 된다.

한시준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ㆍ백범학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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