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바이는 미국 최대의 전자제품 양판점. 지금은 세계정상의 IT기업이 된 삼성전자이지만 1990년대만해도 이 곳 입성조차 거부당했을 만큼 콧대 높은 곳이었다. 베스트바이에 TV나 냉장고가 진열되어 있다는 건 품질을 검증 받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베스트바이는 이제 존립의 기로에 서게 됐다. 온라인 매장의 공세에 밀려 적자의 늪에 빠진데다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던 CEO까지 중도하차하면서, 1966년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베스트바이는 10일(현지시간) 브라이언 던(사진) CEO가 사임했다고 밝혔다. 베스트바이는 "(회사에는 현재)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신임 CEO가 선임될 때까지 마이크 마이칸 이사가 임시 CEO를 맡는다"고 전했다.
던 CEO는 고졸학력으로 베스트바이의 말단 매장직원으로 입사, 28년 만에 CEO 자리까지 올랐던 전설적 인물. 베스트바이측은 그의 사임이유에 대해 "개인적 사유"라고 밝혔지만, 이런 입지전적 CEO를 퇴진시킬 수 밖에 없었던 건 결국 실적부진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베스트바이는 지난해 4분기 17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에 이르는 연중 최대 성수기임에도 손실이 났다는 건 더 이상 미국인들이 베스트바이에서 전자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실 미국 내에서 양판점의 몰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사실이다. 최근 5년 사이 크레이지에디 서킷시티 컴프USA 등 대형 양판점들이 잇따라 몰락했다.
이유는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의 공세. 전통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은 전자제품을 대형 양판점에서 주로 구매해왔는데, 온라인 쇼핑몰이 등장하면서 양판점은 전시용 '쇼룸'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즉 소비자들이 양판점에선 제품을 눈으로 확인만 하고 실제 구매는 저렴한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시사주간지 도 "베스트바이가 아마존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의 공세도 베스트바이의 입지를 좁혔다. 다른 휴대폰과 달리 애플은 자체 오프라인 매장(애플스토어)를 운영함에 따라, 휴대폰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은 더 이상 베스트바이를 찾지 않게 된 것이다.
베스트바이는 향후 3년간 총 8억달러의 비용절감을 위해 최대 5,400㎡에 달하는 1,100개의 빅박스 매장 가운데 50개를 폐쇄하고 400명의 직원을 해고키로 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시장반응은 여전히 냉담해 S&P는 베스트바이의 신용등급을 부적격 등급까지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인 로스 S&P 애널리스트는 "베스트바이의 구조조정 계획은 현 사업모델이 유효하지 않으며 수익성 개선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베스트바이가 사업 모델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선 베스트바이의 몰락을 오프라인 시대의 종언으로 보고 있다. 세계 IT시장을 지배하는 두 개의 흐름, 온라인(아마존)과 혁신(애플)에 밀린 결과라는 얘기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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