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연금보험 수익률이 형편없다는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의 발표에 대해 생명보험업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계산 방식이 잘못됐을 뿐더러, 수익률 공개 과정이 보험업법상 절차를 위반했다며 소송 제기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할 태세다.
업계 반발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변액연금보험은 생보업계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다 주는 효자상품이다. 그런데 수익률이 연평균 물가상승률(3.19%)에 못 미치고 10년 뒤 해약해도 원금을 못 찾는 펀드가 40%에 이른다고 발표됐으니, 속이 뒤집어질 법도 하다. 더욱이 "나를 속인 것이냐"는 고객들의 항의와 "어떻게 장사하란 말이냐"는 보험모집인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소송 제기 운운하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번 변액연금 논란의 핵심은 그간 생보업계가 고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로 보험사가 '사업비'라는 명목으로 중간에 떼는 돈의 실체다. 고객이 낸 보험납입료 중 무려 12% 가량을 설계사 수당, 운영 및 사무관리 보수 등으로 사용했으면서도, 보험사들은 이 부분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사업비로 떼는 돈이 많을수록 변액연금 수익률과 해지환급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운용 수익률을 공개해왔다지만, 사업비를 제외한 금액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 수익률과는 차이가 난다. 고객이 납입보험료 전체(원금)를 기준으로 한 수익률을 알기 어렵다는 뜻이다.
"잘못된 계산 방식과 기준을 적용했다"는 생보업계 주장을 십분 인정하더라도, 금소연이 이런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 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다양한 변액연금 상품의 수익률을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공시시스템을 보완키로 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업계를 대변하는 생보협회는 금융위원회에 보험업법 위반에 따른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법 위반 사실이 인정되면 금소연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금소연 흠집내기'로 잃어버린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은 "보험은 원래 장기 상품"이라거나 "10년이 지나면 사업비를 안 떼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등의 군색한 논리를 펼 게 아니라, 고객들의 불신을 걷어낼 수 있는 보완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이대혁 경제부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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