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페이스북이 10일 아랍어에 점령당했다.
BBC방송은 "오바마 대통령이 2일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유세에서 쓸 테마송을 골라달라는 글을 남겼는데 아랍어로 적힌 수만개의 댓글이 달렸다"고 보도했다.
아랍어 댓글들은 내달 치러지는 이집트 대선에 도전장을 던진 이슬람 근본주의자 하젬 아부 이스마일의 지지자들이 올린 것이다. 이스마일은 최근 어머니가 2006년 사망 직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사실이 밝혀져 후보 자격이 박탈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집트 선거법은 후보 자신은 물론, 배우자와 부모가 이중국적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이스마일을 옹호하는 이집트 유권자들이 오바마의 페이스북으로 몰려가 항의를 표시한 것. 한 지지자는 "이스마일의 모친이 미국에서 영주권을 받은 적은 있지만 미 당국은 그가 시민권자라며 사기를 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미국 정부가 공식서류를 갖고 있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미국이 외세 개입에 반대하고 반미를 표방하는 이스마일을 낙마시키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한다. 이집트 선관위는 대선 후보들이 제출한 서류를 정밀 심사한 뒤 26일 최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오바마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겨냥한 외국 네티즌의 의견 표출이 처음은 아니다. 2월에도 오바마의 구글플러스 계정은 중국어 댓글로 몸살을 앓았다. 원래 중국 네티즌은 정부가 접속을 차단한 탓에 구글플러스를 이용할 수 없었지만 차단이 갑자기 풀리자 오바마의 구글플러스를 중국 당국의 인터넷 통제정책과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글로 도배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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