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장 전기요금이 얼마냐고요? 작년 12월에 최고로 많이 나왔는데, 468원 냈습니다."
10일 오전 경기 김포시 하성면의 한 공장. 이웃 공장 관계자들이 모여 웅성거렸다. 200㎡ 남짓한 크지 않은 공간에 냉장고, TV, 커피포터, 전기 용접기, 프레스기, 전동 절단기, 전기 지게차 등의 기기들을 실컷 부리고도 "우린 기본 전기요금만 낸다"는 이 공장 대표 주진관(65)씨의 말에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기를 쓰지 않아도 내야 하는 기본요금 3만원 정도가 전부라니까요. 이것 보세요." 작년 6월부터 차곡차곡 모은 청구서를 펼쳐 보이는 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공장은 배터리 컨버터, 인버터, 전자식 릴레이 등 수십 가지 부품을 이용해 주씨가 개발한 고효율 전원공급장치를 조립하는 곳이다. 부품들을 연결하고 케이스를 만드는 데 절단기와 유압프레스기 등이 수시로 돌아가 전기가 꽤 필요하다.
일행들이 몰려간 공장건물 옆 계량기도 마찬가지. 주씨는 납으로 봉인된 계량기를 가리키며"지난해 6월 입주하고 첫 검침 당시(23일) 계량기의 숫자판은 218.4kWh 였는데, 지금 245kWh이니까 한전 전기는 9개월 동안 불과 26kWh밖에 사용하지 않은 셈"이라고 했다. 4인 가족 기준 일반가정이 월 300~400kWh의 전기를 쓰는 것에 비추면 사실상 필요한 전기를 자가 발전했다는 것이다.
자가 발전에 쓰인 장치는 다름 아닌 태양전지판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공장 마당에 설치된 120Wh짜리 16장과 여기에 연결된, 자체 개발한 고효율 전원공급장치가 원동력이다. 주씨는 "1.9k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만 실제 생산량은 보통 이론상 수치의 30% 수준"이라며 "여기서 생산된 전기가 전원공급장치로 들어가면 전기 기기들이 이를 뽑아 쓴다"고 설명했다.
그는 "16장의 태양전지판으로 어림도 없는 소모 전력이지만, 자체 전원공급장치에다 쌓아 놓으면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용접기를 사용해도 끄떡 없다"고 했다.
사실 이 고효율 전원공급장치는 지난해 초 개발을 마쳤다.(2011년 2월1일자 12면 보도) 주씨는 "그간 장치의 효율을 지속적으로 끌어 올려 당시 배터리 수명을 1.5배 가량 늘려주던 전원공급장치가 이젠 그 수명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게 됐다"며 "일반 가정에다 놓고 태양전지판만 연결하면 우리 공장처럼 저렴하게 전기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는 물론 전기를 쓰는 모든 곳에 적용할 수 있는 원리였지만 발명 당시 주변 반응은 시큰둥했다. "에너지보존의 법칙을 거스르는 황당무계한 일", "사기꾼"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주씨 발명품의 진가를 먼저 알아준 곳은 일본이었다. 지난해 9월 주씨가 개발한 장치를 시험해본 도쿄대 물성연구소는 극찬했다. 검증에 참여한 김창수 물성연구소 선단분광연구부문 연구원은 "주씨의 발명품은 배터리 충전 중에 부하를 걸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발열, 과부하로 인한 배터리의 자가방전과 수명단축, 배터리 파손의 위험을 없앤 충전과 방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신개념의 전원공급장치"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실험 결과, 300W의 부하를 걸었을 때 1시간 20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주씨의 시스템에 연결했을 땐 3시간 20분이나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본 수출이 시작됐다. 주씨는 "지금까지 300대를 팔았는데, 입소문을 타고 베트남, 인도, 중국 공무원들의 문의와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씨는 이달 중순 김포공장을 부산 녹산산업단지의 8,000㎡ 가량의 부지로 옮긴다. 지금 공장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탓이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아직 저렴해서 그런지 별로 관심을 안 보이네요. 해외에서 널리 인정받고 나면 우리 공무원들도 그땐 쳐다봐 주겠지요."
글·사진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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