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은 명동 중앙로 네거리의 '네이처 리퍼블릭' 건물이다.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곳의 땅값은 3.3㎡당 2억1,450만원에 이른다. 월 1억6,00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내고 있는 네이처 리퍼블릭은 올 6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재계약을 추진 중이지만 요즘 명동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올라 성사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인근 명동역 앞에 오픈한 유니클로 아시아 플래그십 스토어의 월 임대료는 무려 3억원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비싼 땅 명동에 무려 20여개나 매장을 두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이랜드다. 물론 어딜봐도 '이랜드'간판을 건 매장은 없다. 이랜드는 절대로 스스로를 노출하지 않고 개별 브랜드로만 시장에 나선다.
이런 식으로 총 50여개 브랜드를 거느린 국내 최대 패션기업 이랜드는 현재 명동에 뉴발란스 티니위니 미쏘 스파오 OST 비아니 바디팝 더데이언더웨어 헌트이너웨어 미쏘시크릿 로엠 콕스 로이드 등 16개 브랜드 2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외식 분야도 애슐리와 리미니 2곳, 피자몰 등 총 4개 매장이 영업 중이다. 명동 중앙로에 가장 최근 오픈한 여성 대상 SPA(제조ㆍ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인 '미쏘' 매장은 월 임대료가 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싼 임대료를 내고도 명동에 많은 매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광고 대신 매장으로 홍보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이랜드는 TV광고는 물론 패션 기업들이 흔히 하는 패션잡지 광고도 잘 하지 않는다. 마케팅 비용을 줄여 합리적 가격으로 제품을 팔자는 게 나름의 철학이다.
광고비용을 아끼는 대신 임대료는 주저하지 않는다. 붐비는 거리에 매장을 만들어 광고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총 4,200여개 매장 중 2,000여개가 유통업체 입점이 아닌 로드샵일 정도로 많은 거리매장을 운영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전략이다.
특히 명동은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과 해외 관광객들이 많은 만큼 더욱 더 매장의 홍보 효과가 크다. 이랜드 관계자는 "명동은 패션에 민감한 20~30대 젊은 층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어서, 명동에서 까다로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 받는다면 굳이 광고를 하지 않고도 충분히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적자를 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임대료가 비싸지만 그만큼 매출액도 높다. 이랜드의 첫 번째 SPA 브랜드인 'SPAO' 1호점(명동점)은 현재 월 매출액이 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등 K팝 스타들을 모델로 활용하고 있어, 명동을 찾는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가 됐다. 임대료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그 이상 매출이 발생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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