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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살해사건/ "위치 추적 될까요" 1초가 급한데 1시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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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살해사건/ "위치 추적 될까요" 1초가 급한데 1시간 걸린다

입력
2012.04.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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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같은 긴급 상황에서 내 위치정보를 바로 알리려면 112에 전화해야 할까, 119에 전화해야 할까. 답은 119다. 가족이 구조 요청자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요구할 때는 어떨까. 역시 119가 더 빠르다. 그게 현실이다. 현행법상 경찰은 위치추적권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112에 구조 요청 신고가 접수된 경우에 대비한 수색ㆍ탐문 매뉴얼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법 개정부터 운용까지 112 신고 체계를 대폭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상 경찰은 위치 추적을 바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위치정보법은 긴급재난 구조기관만 법원의 영장 없이도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육상에선 소방방재청, 해상에선 해양경찰청만 가능하다.

경찰이 가족의 요청으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하려고 해도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이동통신사에서 위치 정보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려 위급 상황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게 일선의 지적이다. 119의 경우 신고 전화가 걸려오면 통신 모니터에 신고자 위치가 자동으로 뜨게 돼 있지만 경찰 112 센터는 그런 게 불가능하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통비법에 따라 위치추적을 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허가 없이 긴급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공문작성, 송부, 회신까지 1시간도 넘게 걸려 급박한 상황에선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로선 억울한 상황이 또 있다. 긴급 구조 요청을 받았을 때 경찰도 자체적으로 위치추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위치정보법 개정안이 2010년 4월 발의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일부 법사위원들 사이에서 "경찰이 위치추적권을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게 발이 묶인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위치추적의 오ㆍ남용 방지를 위해 사후 승인을 얻도록 했고, 목적 이외에 위치정보를 조회하면 처벌조항을 뒀으니 이제라도 위치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신고자 본인이 동의한다 해도 경찰에서 휴대폰 위치 추적이 가능한 곳은 경기경찰청 112센터 한 곳뿐이다. 경찰 계획에 따르면 경기경찰청을 제외한 112센터는 올해 연말이 지나야 이런 시스템이 갖춰질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법이 통과돼도 적용이 어렵다는 얘기다.

경찰이 만든 위치 정보 자동전송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손질이 필요하다. 지난 해 6월 경찰은 '112긴급신고' 앱을 만들었다. 스마트폰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능을 활용해 납치나 감금 상황 시 굳이 112에 전화하지 않고도 '긴급신고하기' 버튼만 누르면 112에 5분 간격으로 본인 신상과 위치정보가 자동 전송된다. 그러나 이 앱은 현재 서울ㆍ경기 지역, 그것도 만19세 미만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실내에 있을 경우에는 GPS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맹점도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112에 구조 신고가 접수됐다고 해도 탐문ㆍ수색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매뉴얼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장에서는 귀대기, 문 두드리기, 거동 수상자 검문 등 형사 개인의 재량이나 수사 경험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한 경찰관은 "탐문 수색에 동원된 형사의 능력이나 수사 경험, 육감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운이 좋으면 범인을 바로 찾아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수원 사건처럼 욕을 먹게 돼 있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경찰청 생활안전국은 '현장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간단한 순찰 검문 검색 요령만 담은 정도다.

이상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뉴욕경찰은 경찰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해놓은 매뉴얼이 있다"며 "비상시 적극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과 경찰의 활동에 적극 협조할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고 집들도 몰려 있기 때문에 경찰의 탐문수사 능력은 외국에 뒤지지 않는다"며 "다만 각 업무별 지침이나 매뉴얼은 형식적 측면이 강해 현장 상황에 따른 대처법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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