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은 무척 고무돼 있다. 19일 신차 발표회를 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신형 싼타페'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사전 예약에 들어간 싼타페는 4일(영업일 수 기준 11일) 1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0년 첫 등장한 싼타페는 그 동안 부분 변경을 반복하면서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번 신차는 2005년 신차 출시 이후 7년 만에 완전히 바뀐 모델. 현대차 관계자는 "디자인과 성능을 볼 때 잘 팔릴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라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SUV가 대세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SUV 열풍이 뜨겁다. 시장조사전문기관 IHS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세계 주요 43개 국에서 판매된 차종 중 SUV 비중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 포인트 늘어난 16.2%를 기록했다. 반면 소형차 판매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4% 포인트 떨어진 21%에 그쳤다. 글로벌 시장에서 SUV 비중은 2009년 하반기 12%에서 2010년 하반기 14.2%로 증가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16.2%까지 높아졌다. 2015년까지 전 세계 SUV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3배 가량 늘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신흥 시장의 소비자들이 크고 힘 좋은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도 SUV 열풍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시장도 지난해 23만3,699대의 SUV가 팔려,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비중이 19.3%에 달했다. 기아차 스포티지R, 쏘렌토R, 현대차 투싼 ix 등 3대가 전체 판매량 톱 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무겁고 시끄럽고 투박해 보여'미운 오리'취급을 받던 SUV가 귀한 백조가 된 것. 현대차 관계자는 "주 5일 수업 전면 시행과 주말 레저 붐이 맞물려 SUV 인기가 많이 치솟았다"며 "디젤이 갖고 있는 높은 연료 효율성에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연비가 더 좋아졌다"라고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최근에는 벤틀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등 유럽 최고급 자동차 회사들도 중국 러시아 인도 남미 등 신흥국의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SUV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다.
스포츠카의 대명사 람보르기니는 오는 23일 베이징(北京)서 개막하는 '2012 베이징 모터쇼(오토차이나)'에서 새로 개발한 SUV를 출품한다. 람보르기니가 SUV를 만드는 건 1993년 LM002(군납용) 생산을 중단한 후 처음이다.
이탈리아의 럭셔리 브랜드 마세리티도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SUV '쿠방'을 미 디트로이트 제퍼슨 공장에서 내년부터 생산, 판매에 들어간다. 마세라티는 미 크라이슬러의 형제 회사인 피아트와 손을 잡고 크라이슬러 지프(Jeep)의 '그랜드 체로키'를 기반으로 개발했는데, 피아트 소속 페라리 F1팀 소속 엔지니어들이 직접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폴크스바겐그룹 자회사이자 '세계 3대 명차'로 꼽히는 영국 벤틀리도 지난달 제네바 모터쇼에서 SUV 컨셉트카 'EXP-9F'를 처음 공개했다. 특히 이들 럭셔리 메이커들의 'SUV 사랑'은 고급 스포츠카의 대명사 독일 포르쉐가 2002년 업계 최초로 스포츠카를 기반으로 내놓은 SUV '카이엔'의 대성공이 기폭제가 됐다. 당초 카이엔은 연간 2만대 판매를 목표로 삼았는데, 지난해 3배 넘는 6만대 이상이 팔리는 등 포르쉐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평가 받고 있다. 포르쉐는 이 여세를 몰아 카이엔 보다 한 체급 작은 소형 SUV '마칸'을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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