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는 오랫동안 고급스럽고 우아한 럭셔리카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 왔다. 1909년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인 고들리프 다임러가 육지와 바다, 하늘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열망을 담아 만든 '세 꼭지 별' 엠블럼은 부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클래식한 우아함은 한편으론 소비자들에게 '변화에 굼뜨다'는 인상을 줘 온 것도 사실. 이 때문에 벤츠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126만 여 대를 판매한 벤츠는 사상 처음 아우디(130만여 대)에 역전을 허락했다. 독일 3대 럭셔리 브랜드 중 1위를 달리는 BMW(138만여 대)와 차이는 더 벌어졌다. 벤츠의 부진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올 들어 3월까지 벤츠는 4,388대를 팔아 14.98%의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점유율(18.24%)과 판매 대수(4,691대)와 비교해 훨씬 떨어지는 성적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1위 고급 브랜드로 군림했던 벤츠의 쇠락을 두고 업계에서는 '디자인'과 '젊은 고객 확보 실패'를 원인으로 꼽는다. 벤츠는 그 동안 '돈 많고 성공한 중년 이상 남성들'을 주 고객층으로 삼았고, 눈에 띌 만한 디자인 변화도 시도하지 않았다. 자칫 산만해 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기존 고객층이 싫어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에 비해 BMW와 아우디는 안락함은 물론이고 스포티한 느낌과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을 과감히 채택,'아버지 세대와 다른 차를 타고 싶다'는 젊은 세대의 욕구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의 벤츠 고객의 평균 나이는 54세로 BMW(49세), 아우디(48세)보다 훨씬 많았다.
때문에 벤츠가 젊은 고객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이다. 디터 제체 다임러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주 연례 기자 회견에서 "우리는 새로운 고객층, 특히 젊은 세대에게 더 가까이 가고 그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벤츠가 젊은 층을 겨냥해 내놓은 승부수는 '작은 차'이다. 2일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더 뉴 B클래스'가 대표적이다. '3,000만 원대 벤츠'라는 별명을 얻은 이번 모델은 2007년 1세대에 이어 5년 만에 등장한 2세대. 가격도 이전 모델보다 100만원 정도를 낮춰 젊은 고객층을 겨냥했다. '뉴 B200 CDI 블루이피션시'가 3,790만원(부가세 포함), '뉴 B200 스포츠 패키지'가 4,250만원이다.
이들 차량의 특징은 화려한 디자인. 여기에 차량 의자 높이를 이전 모델보다 낮춰 머리 위 공간을 넓혔고, 운전할 때의 안정감도 더했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디젤 차량의 인기를 반영하듯 벤츠는 가솔린 모델 없이 디젤 모델만 내놓은 점도 눈길을 끈다. 벤츠가 선보인 차 중에는 처음으로 신형 1.8 ℓ 직분사 엔진을 달았다.
여기에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벤츠의 막내 '신형 A클래스'도 이르면 내년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이 차는 무거운 느낌을 줬던 기존 벤츠와는 달리 힘이 넘치면서도 톡톡 튀는 느낌을 최대한 살렸는데, 당시 모터쇼 현장을 찾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으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젊은 층을 겨냥해 "오프라인 전시장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코엑스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공간에서 전시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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