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이동통신 LTE서비스를 놓고 혈전을 벌이고 있는 통신업계에 ‘패러디 광고’까지 등장했습니다. LG유플러스가 지난주부터 새로 시작한 TV광고가 과거 SK텔레콤의 광고를 그대로 풍자한 것인데요. LG유플러스 경영진에선 아주 흡족해한 반면 SK텔레콤 경영진은 상당히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LG유플러스의 광고 내용은 이렇습니다. 대나무 숲을 걷던 혜민 스님이 영화배우 한석규 느낌의 양복 입은 남자와 마주칩니다. 그때 “세상은 바뀌는 것이 진리”라는 대사가 나오고, 혜민 스님이 LTE 스마트폰을 꺼내 ‘개그콘서트’를 보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 위로 “새로운 세상에서는 가끔 즐기셔도 좋습니다”라는 대사와 문구(사진)가 뜹니다.
이 광고는 1998년 SK텔레콤이 ‘스피드011’이라는 이름으로 내보낸 광고를 그대로 본 딴 것입니다. 당시 광고 속에서 한석규는 스님과 대나무 숲을 걷던 중 휴대폰이 울리자 휴대폰 전원을 끕니다. 그때 ‘새로운 세상을 만날 때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란 문구가 나오죠. 이 광고는 SK텔레콤이 당시 산간오지 등 전국 어디서나, 심지어 대나무 숲속까지 터지지 않는 곳이 없다는 최고의 통화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낸 광고였습니다.
LG유플러스가 이번에 14년전 라이벌 회사의 광고를 패러디한 건 LTE에서만큼은 자신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TE서비스는 LG유플러스만이 전국 어디서나 잘 터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SK텔레콤보다 앞선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SK텔레콤 광고를 패러디했다”고 말했습니다. CEO인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아주 흡족했다는 후문입니다.
반면 SK텔레콤 경영진들은 그렇지 못했지요. SK텔레콤의 자부심이나 다름없는 광고를 베껴갔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습니다. 상당히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그렇다고 비방 광고가 아니어서 달리 대응할 방법도 없었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맞불을 놓으면 상대 노림수에 말려드는 것이어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지만 기분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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