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의 특징 중 하나는 격전지가 수도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승부처가 지방 곳곳에도 포진해 있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있는 '낙동강 벨트'에는 격전지가 많다. 새누리당 김도읍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성근 후보가 접전을 펼치고 있는 부산 북ㆍ강서을은 선거 결과가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이 이길 경우 부산에서 3석 이상을 확보함으로써 PK의 정치 지형이 요동칠 수 있다. 반면 새누리당이 이긴다면 부산에서 예상대로 2석을 잃는 수준에서 '절대 강자'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경남 김해을은 사실상 전ㆍ현 정부의 대리전이 치러지는 곳이다.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는 4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총리 후보로 지명된 적이 있다. 민주당 김경수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위치해 있지만 전통적인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다.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이명박 정부와 참여정부에 대한 민심의 평가로 여겨질 공산이 크다.
광주 서을과 전북 전주 완산을은 새누리당이 불모지인 호남에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와 관련돼 주목받는 곳이다. 광주 서을에선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와, 전북 전주 완산을에선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민주당 이상직 후보와 각각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다. 한 곳에서라도 새누리당이 승리할 경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전남 순천ㆍ곡성에선 야권연대로 한배를 탄 민주당(노관규 후보)과 통합진보당(김선동 후보)이 양보 없는 일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지만 이번엔 통합진보당의 바람도 거세다. 전남 동부권 민심의 변화 여부를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세종시에선 민주당 이해찬 후보와 자유선진당 심대평 후보가 중원의 주인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민심을 잡기 위해, 선진당은 충청 맹주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충남 논산ㆍ계룡ㆍ금산에서는 대선후보 출신의 이인제 자유선진당 후보와 친노 세력인 김종민 민주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박대동 후보와 통합진보당 김창현 후보가 맞붙은 울산 북구는 울산 지역 6개 선거구 중 야권이 유일하게 희망을 거는 곳이다. 울산은 '노동운동의 메카'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만큼 야권에겐 한 석 이상의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경남 거제는 진보신당의 원내 진출 여부가 달린 곳이다. 새누리당 진성진 후보와 진보신당 김한주 후보, 무소속 김한표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3파전' 지역이다.
강원 홍천ㆍ횡성에선 새누리당 황영철 후보와 민주당 조일현 후보가 네 번째 승부를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의 전적이 1승1무1패로 팽팽한 것처럼 이번에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 곳은 여야 간 자존심 대결의 상징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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