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직원 13명의 신생 벤처기업이 10억달러(1조 1,400억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에 팔렸다. 관련업계 역사상 최대규모의 기업인수를 감행한 주인공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계의 공룡으로 떠오른 페이스북이다.
미국 언론은 9일 페이스북이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업체인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인스타그램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은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공유할 수 있고, 사진을 수십 년 전에 찍은 것처럼 변형할 수도 있으며,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 지난해에는 애플이 선정하는 '올해의 애플리케이션'에 뽑혔다.
인스타그램의 2010년 법인 설립 당시 초기 자본금이 50만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페이스북이 제시한 인수금액 10억달러는 자본금의 2,000배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케빈 시스트롬(28)은 회사 주식 40%를 보유하고 있어 4억달러(4,560억원) 돈방석에 앉게 됐다. 나머지 직원 역시 수백만~수억 달러의 거금을 확보했다.
그러면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왜 다음달 나스닥 상장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이같이 무모해 보이는 기업 인수를 감행했을까. 장외 주식가치 1,028억달러(117조원)인 페이스북에게 10억달러는 '푼돈'일 수 있지만, 과거 정보기술(IT)의 거품을 경험한 시장으로서는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합병규모다. 더욱이 불과 며칠 전엔 5억달러, 몇 개월 전만해도 3억달러 설이 나돌던 터였다.
해석은 분분하다. 우선 애플리케이션 하나에 1조원 넘는 돈을 베팅한 것은 성공에 도취된 페이스북의 과소비란 시각이다. 그러나 SNS 영역을 넘어 구글(검색)과 애플(통신)의 아성에 도전하는 페이스북의 과감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CNN방송은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뒤 동영상 검색을 통해 광고 수입을 늘린 것을 상기시키며, 구글 및 애플과 스마트폰 사용자 유치 경쟁을 벌이는 페이스북에게 인스타그램의 콘텐츠는 중요한 수입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발판으로 구글, 애플에 비해 취약했던 모바일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번 인수의 긍정적 효과로 해석된다.
반면 IT전문지 기가옴은 가입자 사이의 사진 공유가 주요 서비스 중 하나인 페이스북이 향후 경쟁자가 될 기업의 싹을 근본적으로 제거해 버렸다는 음모론적 분석을 내놓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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