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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고아 합창단, 키워준 엄마의 나라서 '희망의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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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고아 합창단, 키워준 엄마의 나라서 '희망의 하모니'

입력
2012.04.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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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10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 로비에 합창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사 발음은 어색했지만 화음은 제대로였다. 노래의 주인공은 아이티 고아들로 구성된 ‘미라클 콰이어’. 합창단의 막내 쟈스민(8)양은 “엄마의 나라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아이티는 프랑스어와 크레올어를 쓰는 나라지만 합창단 아이들은 한국말을 곧잘 했다. 다양한 이유로 부모를 잃은 이 아이들을 키운 이가 한국인 백삼숙(69) 목사이기 때문이다.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 10년 전 아이티로 건너 간 백 목사는 지금 맏딸과도 같은 엔나(15)양부터 막내 쟈스민까지 32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백 목사는 “‘둥근 해가 떴습니다’, ‘짝짝꿍 짝짝꿍’ 같은 노래를 가르쳐 함께 부르다 보니 합창단까지 꾸리게 됐다”고 말했다.

합창단 아이들은 인순이의 ‘아버지’부터 원더걸스의 ‘노바디’까지 모르는 노래가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이날 첫 합창곡으로 부른 ‘세차바(Sechaba)’. 합창단 인솔자로 함께 온 쥬드(28)씨는 “영화 ‘사라피나’의 주제곡인 세차바는 과거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팔려가는 현실을 노래한 슬픈 곡”이라며 “아이들이 이상하게 이 노래를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아이티는 전체 인구의 3분의 2가 하루 1.25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하는 세계 최빈국. 2010년 1월 대지진과 지난해 창궐한 콜레라로 국민들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이런 현실 탓인지 미라클 콰이어는 아이티에서 희망의 상징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마틴 루터 킹 재단의 초청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공연도 했다.

아이들의 꿈도 야무지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쟈스민,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항상 축구공과 함께 사는 진(12) 등 장래 희망이 다양했다. 전날 간 롯데월드 놀이기구 얘기를 연신 늘어놓던 피터슨(8)군은 “비행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공부도 운동도 열심히 한다”며 의젓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백 목사는 “이 모든 게 한국에서 한 사람이 몇 만원씩 보내주는 성금 덕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몸을 낮췄다.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합창한 곡은 ‘오 해피데이’. 공연을 지켜본 권은아(33)씨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 준 것만 해도 고맙다”며 눈물을 보였다. 22개월 된 아들이 소아암에 걸려 1년 가까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권씨는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은 쪽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후 휴먼인러브 이사장은 “합창단 방한이 아이티의 어려움을 잊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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